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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함께 쓸쓸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 여행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3.

방경호 형님의 앨범이 나온 지 두 달 가까이 됐는데 너무 늦게 인터뷰를 내보낸 감이 있다.

내 게으름과 연주자의 앨범을 지면의 메인기사로 떡하니 걸기 부담스러운 현실적인 이유의 좋지 않은 결합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형님의 첫 솔로 앨범이 좋은 앨범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퓨전재즈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형님의 삶을 대강이나마 아는 나는 그리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다.

참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 외로움과 쓸쓸함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 아이러니를 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사로도 풀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11월 3일자 25면 톱에 실린다.


함께 쓸쓸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 여행

[HOOC=정진영 기자] 변화란 말은 꺼내긴 쉽지만 시도하긴 어렵다. 습관의 힘이 무섭듯,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 온 뮤지션이 낯선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타리스트 방경호는 90년대 한국 록의 역사 곳곳에 흔적을 남겼던 연주자이다. 더 클럽(The Club), 레처(Lecher), 제이워커(Jaywalker) 등 여러 록 밴드를 거친 그가 데뷔 20여 년 만에 첫 솔로 앨범으로 재즈를 선보인 것은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시도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며 솔로 앨범 ‘디스 저니 오브 마인(This Journey Of Mine)’을 발표한 방경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방경호는 “예전부터 팻 매스니(미국 출신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악과 사운드를 좋아했고, 잘 알지 못하는 장르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앨범은 솔로와 즉흥 연주보다 작곡 자체에 더 중점을 둔 앨범이기 때문에 재즈앨범이라기보다 기타에 중심을 둔 앨범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앨범의 성격을 밝혔다.


방경호가 본격적으로 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미국 유학 시절이다. 90년대 중반 밴드 레처를 거쳐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현지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그는 지난 2009년 귀국해 밴드 제이워커로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다소 무거운 록을 들려줬지만, 최근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를 붙잡았다.

방경호는 “이번 앨범을 작업했던 시간들이 흡사 나는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 같았다”며 “별다른 연고가 없는 낯선 곳에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스스로 의지와 상관없이 파도에 휩쓸리듯이 삶이라는 여행을 떠나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텔 미 모어(Tell Me More)’, ‘언노운 서컴스턴시스(Unknown Circumstances)’, ‘얼론(Alone)’, ‘플라워스 인 메이(Flowers in May)’, ‘레이크 미드(Lake Mead)’, ‘새벽’, ‘사고무친(四顧無親)’ 등 10곡이 실려 있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퓨전 재즈에 가깝지만, 기교 보다는 절제를 강조한 담백한 연주가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국적인 공간의 맑고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만드는 투명한 기타 톤 역시 매력적이다. 이 같은 조합이 청자에게 묻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이다. 이는 방경호가 제이워커 시절에도 끊임없이 음악으로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특히 ‘사방을 돌아보아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의 제목을 가진 ‘사고무친’은 아련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표현한 쓸쓸함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편안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연주들이 앨범 곳곳에 담겨 있다.

방경호는 “과거와 현재는 너무나도 끈적끈적하게 연결돼 떼어낼 수 없는 것 같고,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어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내 음악은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느끼는 어둡고 불안한 감정들의 복합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싶다는 몸부림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연주자가 자신의 솔로 연주 앨범을 내는 일은 모험에 가깝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대세로 자리 잡은 후 음반 시장이 붕괴된 데다, 연주 앨범 수요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경호는 “연주자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느끼는 바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할 테니, 내 음악을 듣고 공감할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방경호는 올 연말 다시 귀국해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는 “다시 밴드 음악을 선보일 생각”이라며 “멤버들을 구하고 곡을 새롭게 준비해야 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년께 새로운 밴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