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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윤하 [RescuE]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1. 17.

원문 링크 : http://www.groovers.kr/column/LOTUSXt



앨범명

윤하 [RescuE]

윤하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뮤지션이다. 윤하처럼 폭발적인 성량과 섬세한 감정표현력을 모두 가진 보컬리스트는 흔치 않다. 팝, 발라드,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또래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도 훌륭하다. 능숙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또래 아티스트들 중에선 드물게 자신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동료 뮤지션들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뮤지션이지만, 히트곡이라고 부를 만한 곡은 ‘기다리다’ 등 꽤 오래전 곡들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 윤하가 5년 5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앨범의 타이틀 [RescuE]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어쩌면 윤하의 속내는 딜레마에 빠진 자신을 구조하고 싶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길을 찾기 어려웠지만, 자신을 구조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란 메시지를 담은 ‘RescuE’, 과거와 작별하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종이비행기(Hello)’가 앨범의 초입에 놓여 있는 걸 보면 말이다. ‘Parade’와 ‘Propose’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곡들이 데뷔 초 대중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기대보다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피아노가 이끄는 애절한 슬로우 록 ‘없던 일처럼’ 같은 곡은 이미 오래전부터 팬들이 보아 온 윤하의 모습이고. 늘 지적돼 온 부분이지만 이번 앨범 또한 여전히 트렌드와 가까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규 앨범 멸종 시대에 아직도 수준급 앨범을 내놓고, 남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고집을 부리는 뮤지션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프로듀서팀 그루비룸(GroovyRoom)을 포함한 Sik-K, pH-1, BOYCOLD, 브라더수, 챈슬러, DAVII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참여로 이전보다 더해진 트렌디한 요소는 미래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늘 범작 이상을 내놓았던 윤하는 이번 앨범에도 범상치 않은 결과물을 담았다. 거두절미하고 반가운 앨범이다.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