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아무 책도 읽지 못한다.
쓰지 않는 동안에는 가능한 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 사다 놓은 작품을 이제야 펼쳤다.
작년에 이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수위권에 있는 이 작품에 대해 독후감 성격의 구구절절한 감상은 적지 않겠다.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이 작품을 검색하면 훌륭한 리뷰가 수두룩하게 나오니 말이다.
좋았던 점만 짧게 적고 넘어가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다룬 한국 소설이 많이 출간됐다.
그런 작품을 꽤 많이 챙겨 읽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 가장 건강하다는 느낌을 줬다.
자기연민이나 피해 의식에 경도되지 않고, 현실에 맞서며 끝까지 당당한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아름다웠다.
곳곳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가 끝까지 흥미롭게 책을 붙들게 했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적 파급력과 별개로 '소설'로서 매력적인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다(나는 작가의 데뷔작인 <귀를 기울이면>이 '소설'로서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 작품은 '소설'로서 매력적이었다.
한 작품에 담기 어려워 보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와 소재를 끝까지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설득력 있게 엮어내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금까지 정세랑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읽었고,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피프티피플>이었다.
이 작품을 읽은 뒤 <피프티피플>의 순위는 한 칸 아래로 내려왔다.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는데,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레벨이 달랐다
작가도 이 작품을 쓴 뒤 "인생작을 썼다!"며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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