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왜 이렇게 음악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앨범들이 출몰해 나를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선우정아, 레인보우99, 이승열... 여기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까지.
이러면 뮤지션이 나를 밀어내도 알아서 인터뷰하러 간다니까?
이들의 음악은 내게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숙취와 피곤에 쩔어 잠자리에 들면 나는 자연스레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을 틀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스피커를 타고 울려퍼지는 편안한 소음에 몸을 맡기며 나는 깊은 잠으로 빨려 들어가곤 했다.
특히 '해피 론리 데이'의 쓸쓸한 따뜻함이 좋았다.
그러나 멤버들은 유쾌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김민홍! 이 형님 정말 즐거운 사람이다. 하하하하! 송은지 누님도 아름답고.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라 술 한잔하자고 차마 말은 못했지만... 한잔 하고 싶다.
p.s. 음악을 듣고 문득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질렀다. 나도 다음 주에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김민홍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소음 속에서 살고 있는데,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아름다운 소리들이 많음을 일깨우고 싶었다”며 “이 같은 일상의 소음들이 청자의 귀에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앨범은 첫 곡 ‘꿈길’부터 부드러운 소음으로 청자를 맞는다. 악기를 대신 하는 것은 기타 앰프의 잡음으로 빚어낸 소리다. 타이틀곡 ‘순간’엔 김민홍이 인도 여행 중 녹음한 아람볼 해변(Arambol Beach)의 바다 소리가 백색 소음처럼 배경에 깔려 편안함을 더한다. ‘해피 론리 데이’에선 지하철역 거리의 소리가 몽환적인 사운드와 어우러져 따뜻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다가다가’에선 베이스 앰프의 잡음이 리듬 악기를 대신하고, ‘U.F.O’에선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 소리 등이 각종 소음들과 뒤섞여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악의 부피는 여전히 ‘소규모’이지만, 사색의 부피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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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Slow Diving Table)’을 발매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사진제공=파스텔뮤직]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번 앨범 작업을 제주도에서 진행했다. 김민홍과 함께 지난 2011년부터 ‘단편 숏컷’이란 이름으로 소음을 이용한 음악적 실험을 벌여온 강경덕 사운드 엔지니어가 제주도 곳곳을 돌며 ‘비 내리는 시내 새벽 도로 소리’, ‘해안 동굴의 물소리’ 등 온갖 소리들을 채집했다. 김민홍은 그 소리들을 다듬어 음악에 녹여냈다. 기타를 제외한 베이스와 드럼, 오르간 등 다양한 악기 소리는 김민홍의 가공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가공물보다 자연물에 가깝다.
김민홍은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부분은 채집한 소리들로 청각을 공격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며 “전형적인 악기들의 소리 대신 원하는 사운드를 직접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도 컸다”고 설명했다.
앨범엔 독특하게도 보너스 트랙이 3곡이나 담겨 있다. 정규 2집 ‘입술이 달빛’의 수록곡 ‘파티’의 연장선상에 있는 ‘파티2’를 비롯해 수록곡 ‘다녀온 이야기’를 김민홍이 송은지와 듀엣으로 부른 ‘다녀온 이야기(노이즈 버전)’, 수록곡 ‘이프 유 리브(If You Leave)’에 전남 화순군에서 녹음한 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더한 ‘버드(Bird)’가 그것이다.
송은지는 “‘파티2’는 지난 2009년 김민홍이 인도 여행 중 장난스럽게 녹음한 곡이고, ‘다녀온 이야기(노이즈 버전)’이 ‘다녀온 이야기’의 원래 버전”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하며 “앨범이 귀해진 세상에서 직접 CD를 구입한 팬들을 위한 선물의 개념으로 담은 곡”이라고 전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미 공개된 ‘순간’의 뮤직비디오 외에도 다양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홍은 “‘다녀온 이야기(노이즈 버전)’과 ‘다녀온 이야기’의 뮤직비디오를 따로 만든다”며 “‘다녀온 이야기(노이즈 버전)’엔 밴드 사상 최초로 직접 멤버들이 출연하며, ‘다녀온 이야기’엔 영국의 사진작가 존 로린슨(Jon Rawlinson)이 촬영한 일본 오키나와 아쿠아리움의 환상적인 모습이 영상으로 삽입된다”고 소개했다.
송은지는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재조명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 해주세요’ 제작을 주도한 바 있다. 송은지는 “클래지콰이의 호란과 이효리 등이 새롭게 합류하는 ‘이야기 해주세요’ 앨범이 8월께 발표된다”며 “이효리는 자작곡으로, 호란은 싱어송라이터 시와와 함께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듬해에 결성 10주년을 맞는다.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민홍은 “서로가 서로를 음악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서로에 대한 존경은 밴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은지는 “함께 음악을 만들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울 때가 많다”며 “새로움은 서로를 음악적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결성 10주년을 기념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민홍은 “50주년이 되면 그때 고민해보겠다”고 웃어 보이며 “사이먼 앤 가펑클처럼 나이가 들어 힘이 부족해져도 여전히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오는 6일과 7일 양 일 간 각 40명의 ‘소규모’ 관객들을 파스텔뮤직 스튜디오로 초청해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다. 이어 이들은 울산ㆍ부산ㆍ대구ㆍ창원ㆍ대전ㆍ전주 등에서 전국 투어를 벌일 예정이다.
김민홍은 “트위터를 통해 전국의 공연장을 섭외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은 조건에 장소를 내줬다”며 “지방이 다양한 공연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일부러 기존에 공연을 벌이지 않았던 다양한 공연장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어두운 밤 고요함 속에서 편안한 소음을 즐겨주길 바란다”며 “새벽 2시에 창문을 열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들으면 가장 맛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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