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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스켓 노트 “세상 향한 ‘돌직구’ 매력적이지 않나요?”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8. 26.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유병열이 새로운 밴드로 새로운 앨범을 냈다.

무엇보다도 유병열 형님의 "나는 언제라도 나가서 포스터를 붙일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 가슴에 많이 남는다.

대중도 언론도 충분히 존중하고 다뤄줘야 할 만한 아티스트임이 분명한데... 나라도 많이 챙기는 수밖에.

 

 

밴드 바스켓 노트 “세상 향한 ‘돌직구’ 매력적이지 않나요?”

앨범 첫 곡의 제목부터 ‘록 스피릿(Rock Spirit)’이다. 여기에 “뮤직 어디가고 뮤지션만 남아 너도 나도 뮤지션”처럼 독해력 따위는 필요 없는 가사와 강렬하게 지글거리는 사운드까지… 밴드 바스켓 노트(Basket Note)의 록은 그야말로 ‘돌직구’다. 현재 한국 록 의 주류는 모던록으로부터 수많은 가지를 뻗어내며 분화한 ‘변화구’다. 현학적이거나 개인적인 가사와 감성적이면서도 우울한 사운드는 세련미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저변을 넓혀 주류를 이뤘다.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런 촌스러운 록을 들려주느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단언컨대’ 록의 원형은 청자를 원초적으로 흥분시키는 ‘돌직구’이며, 바스켓 노트는 이에 충실한 보기 드문 밴드다. 그래서 더욱 신선하다. 데뷔 미니앨범 ‘마이 스토리(My Story)’를 발매한 바스켓 노트의 멤버 유병열(리더ㆍ기타), 나성호(드럼), 황현준(베이스), 락교(보컬)을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유병열은 “세계에서 한국의 가요만큼 어렵게 포장된 음악도 드물고 또 무언가 있어 보이게 음악을 포장하는 ‘무늬만 로커’들이 너무 많아졌다”며 “그런 록은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고집해 앨범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자신감 넘치는 언사를 허세로 흘려듣기엔 멤버들의 음악적 경력이 만만치 않다. 유병열은 지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YB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팀을 이끌었다. YB의 대표 히트곡 ‘먼 훗날’ ‘가리지 좀 마’도 그의 작품이다. 이후 밴드 ‘비갠 후’(Began Who)로 활동했던 그는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발매한 두 장의 솔로 앨범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나성호는 유병열과 ‘비갠 후’로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음악적 동반자다. 여기에 제1회 ‘쌈지 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로 선정됐던 밴드 리버사이드 블랙독 출신의 황현준과 락교가 밴드에 젊은 피를 더했다.

나성호는 오랫동안 수천 곡의 녹음에 연주자로 참여해온 베테랑.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밴드에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야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과거의 경력에 연연해 하지 않고 ‘바스켓 노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인을 자처했다. 유병열은 이번 앨범과 관련,“원초적인 록 사운드만을 고집하지도 현대적인 사운드에 매달리지도 않았다”며 “내가 왕년에 어떤 사람이었다고 강조하면 음악은 퇴보한다. 나는 지금도 길거리에 직접 공연 포스터를 붙이러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웃어 보였다.

앨범 ‘마이 스토리(My Story)’를 발매한 밴드 바스켓 노트. 왼쪽부터 나성호(드럼), 유병열(기타), 락교(보컬), 황현준(베이스). [사진 제공=롤링컬쳐원]

 

앨범엔 타이틀곡 ‘마이 스토리’를 비롯해 ‘아이 엠 얼라이브(I am Alive)’ ‘원하는 대로’ ‘브레이킹 마이 하트(Breaking My Heart)’ 등 6곡이 담겨있다.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기본에 충실해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촌스럽지도 않다. 연주는 격정적이지만 그 중심엔 멜로디가 선명해 대중친화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정박을 따르다가도 적재적소에서 조이고 푸는 연주가 이어져 그루브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유병열은 “‘록 스피릿’은 가짜 로커에 대한 일침을, ‘아임 얼라이브’는 밑바닥 삶에 대한 이야기를, ‘원하는 대로’는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한 번쯤은 살아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요즘엔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록조차도 사회 비판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황현준은 “요즘은 오토튠 등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몇 개월만 연습하면 밴드를 자처할 수 있는 시대”라며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어 되도록이면 원테이크(한 번에 곡을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에 가깝게 녹음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바스켓 노트는 지난 24일 서울 서교동 주니퍼 디딤홀에서 앨범 발매 콘서트를 갖고 25일엔 동두천 록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락교는 “우리의 음악은 함께 땀 흘리며 들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며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음악을 원한다면 우리의 라이브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