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94 심필 장편소설 『어제 만나자』(서랍의날씨) 장편소설이 장편답지 않게 점점 짧아지는 세상에서, 어지간한 장편소설 두 권 이상 분량의 작품이라니. 그런데 경장편소설보다 빨리 읽히고,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인공은 50대 퇴물 건달로 마약 범죄에 얽혀 동생을 잃은 채 산채로 관에 갇혀 죽음만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어이없게도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전날 아침에 깨어나고, 다시 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니 이틀 전 아침이다. 한번 잠이 들 때마다 주인공은 하루씩 과거로 역행한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동생을 죽인 원수와 자신에게 엿을 먹인 놈들에게 복수를 시도하려 하나 문제가 있다. 아직 동생을 죽이지 않은 과거의 원수를 미리 죽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어떤 명분을 만들어.. 2024. 8. 20. 박산호 산문집 『긍정의 말들』(유유) 17년 전 봄, 고향에서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서울에 있는 고시원으로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20대 전부를 함께 했던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날에도 나는 반지하 원룸을 청소했다. 이 산문집에 담긴 문장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마이아 에켈뢰브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와 이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방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로 닦으며 괴로움을 삭이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청소를 하곤 했다. 생활 공간이 어지러워지면 마음도 어지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청소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게 해준 일종의 의식이었다.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여러모로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산문집은 고전, .. 2024. 8. 20. 정은경·이동은·오세연 『여름을 달려 너에게 점프!』(안전가옥) 영화계 출신 소설가들이 많아졌다. 장편소설 『고래』를 쓴 천명관 작가,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 『불편한 편의점』을 쓴 김호연 작가, 『급류』를 쓴 정대건 작가, 『미러볼 아래서』를 쓴 강진아 작가 등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 헤아려 봐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서사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영상이 눈앞에 바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영화계 출신 소설가들이 쓴 작품을 좋아한다. 이 앤솔로지는 참여 작가 모두가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영화감독 출신 작가의 작품만을 모은 앤솔로지는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은경 감독이 쓴 「두근두근 꾸륵꾸륵」은 90년대를 배경으로 10대 고등학생 소녀 탁구 선수들을 등장인물로로 내세워 그 시절 사랑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다. 88올림픽, 드라마 「.. 2024. 8. 18. 김설아 외 4인 『환상의 댄스 배틀』(책담) 춤에는 젬병이다. 내 기억 속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췄던 춤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뭣도 모르고 운동권 선배들 손에 이끌려 꽃다지의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따라 했던 율동이다. 율동을 따라 할 때 무척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오락실에서 DDR이나 펌프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쳐다보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최근에 '스우파'가 화제를 모았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무슨 매력 때문에 춤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지 말이다. 이 앤솔로지는 춤 좀 춰봤다는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소설을 모았다. 다섯 단편 모두 현재의 고민과 결핍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춤을 내세운다는 점은 같지만,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쓴 작품인 만큼 이야기가 다채롭다.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 2024. 8. 18. 2024년 8월 4주차 추천 앨범 ▶너드커넥션 [그래도 우리는] * 살짝 추천 앨범 ▶레인보우99 [Summer 1] ▶스몰타운 [Goodbye] ▶카드 [Where To Now? (Part.1 : Yellow Light)] 2024. 8. 18. 2024년 8월 3주차 추천 앨범 ▶킹스턴 루디스카 [킹스턴 루디스카] * 살짝 추천 앨범 ▶트램폴린 [The Shard Will Find Me] ▶양주은 [마음과는 반대로] ▶오열 [ㅅㅏㄹㅁ] 2024. 8. 12. 박재영 산문집 <K를 팝니다>(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은 당대 고려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지만, 왕실 계보 서술이 엉망이고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가 뒤섞여있는 등 오류가 적지 않다. 외국인이 외국인의 시각으로 쓴 책의 한계다. 오류 없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직접 외국의 언어로 우리를 설명하는 방법일 테다. 몰랐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출판된 한국 여행 관련 서적 중에 한국인이 쓴 책이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을. 이 산문집은 '네이티브 코리안'이 외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두고 영어로 쓴 첫 번째 한국 여행 서적이다. 어처구니없긴 한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한국 작가 중에 유창한 영어 문장으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2024. 8. 5. 2024년 8월 2주차 추천 앨범 ▶김수철 [김수철 45주년 기념 앨범 : 너는 어디에] ▶정인, 마일드 비츠 [정인 & 마일드 비츠] * 살짝 추천 앨범 ▶최미루 [nEwCHAt] 2024. 8. 4. 2024년 7월 5주차 추천 앨범 ▶라이엇키즈 [98%] ▶고희안 트리오 [Live At Backstage] ▶장사익 [사람이 사람을 만나] * 살짝 추천 앨범 ▶투명 [물라 만트라] ▶향 [Take off] ▶토미키타 [SUPERSTAR] ▶더 라우너 [Explosion Corporation] 2024. 7. 28.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2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