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로운 곡을 부르는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는 여전히 청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방송인으로 익숙한 얼굴이 실은 한 시대의 상징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음을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양희은이 오는 19일 8년 만에 새 정규 앨범 ‘2014 양희은’을 발표하며 가수로 돌아온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IFC몰의 한 공연장에서 생애 첫 앨범 쇼케이스를 가진 양희은은 “이번 앨범은 이제 조금 기지개를 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희은은 이날 쇼케이스에서 ‘나영이네 냉장고’ ‘당신 생각’ ‘김치깍두기’ ‘넌 아직 예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 등 5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양희은의 절친한 후배인 방송인 박미선이 이날 쇼케이스의 사회를 맡았다.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이자 ‘서른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은 ‘당신 생각’을, 양희은의 동생인 배우 양희경은 ‘넌 아직 예뻐’를 듀엣으로 불렀다.
사진 설명 : 가수 양희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IFC몰의 한 공연장에서 새 앨범 ‘2014 양희은’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신곡을 부르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나영이네 냉장고’는 스윙 재즈 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포크 곡으로 양희은이 방송인 김나영의 에세이 ‘마음에 들어’로부터 영감을 받아 가사를 쓴 곡이다. 양희은은 이 곡으로 생애 첫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연출을 맡았고, 김나영과 밴드 장미여관 멤버들이 함께 출연해 영상에 코믹함을 더했다.
양희은은 “뮤직비디오가 정말 웃기고 촬영 당시 분위기도 좋았다”며 “집에서 나와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기진 마음으로 애쓰는 모든 이에게 이 노래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은 총 12곡으로 김시스터즈의 원곡인 ‘김치 깍두기’를 제외하면 모두 신곡이다. 기존의 히트곡들 사이에 신곡 한 두곡을 양념처럼 끼워 넣어 새 앨범을 내는 많은 중견가수들의 모습과 비교되는 행보다. 과거 ‘아침이슬’ ‘상록수’ ‘한계령’ 등 명징한 포크 음악을 주로 불렀던 양희은은 이번 앨범에 다채롭고도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담아냈다. 그룹 바버렛츠,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 밴드 불독맨션의 이한철 등 실력파 후배 뮤지션들이 대거 앨범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양희은은 “앨범의 모든 노래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타이틀곡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며 “가수는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느냐와 어떤 노래가 뜰지를 알아맞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새 앨범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 앨범 발매를 축하하고자 쇼케이스에 참석한 가수 김장훈은 “선배님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라며 “정말 젊고 10대부터 장년층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양희은의 음악적 변화는 지난 10월부터 진행 중인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에서 감지됐다. 그는 이미 윤종신, 이적 등 쟁쟁한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2장의 싱글을 발매해 호평을 받았다.
양희은은 “나이가 들어 신선한 발상이 부족해졌는데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면 기를 받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앨범과 별개로 싱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 곡을 모아 따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앨범의 재킷과 속지에 실린 사진은 양희은의 어머니 윤순모 여사의 작품이다. 윤 여사는 지난 5월 서울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가방, 포크아트, 가구, 생활용품, 패브릭 콜라주, 유화 50여점을 ‘홈아트’라는 이름으로 모아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양희은은 “어머니의 작품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재킷에 사진 대신 담았다”며 “많은 공과 시간이 들인 것은 쉽게 모사할 수 없다. 이번 앨범 작업 역시 그렇게 공을 들여서 하고 싶었다”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양희은은 오는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다시, 시작, 2014’를 개최한다. 그는 “세상 일이 꼭 내가 의도한 대로 잘 풀리진 않는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각오를 전하며 “새롭게 도전을 많이 한 앨범인 만큼 노래 활동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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