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라는 영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밴드 중 하나.
멤버들 모두 서울이 아닌 인천과 안산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정겨웠다.
이젠 그런 허무한 시간은 없기를...
국카스텐 “역시 ‘괴물’ 같은 밴드라는 말 듣고 싶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새롭다’는 표현은 진부하지만 밴드 국카스텐(
Guckkasten) 앞에선 경험명제(經驗命題)다. 국카스텐은 데뷔 때부터 독창적이라는 수식어 외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음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흔치 않은 밴드다. 만화경(萬華鏡)이 같은 모양의 무늬를 재현하지 않듯이, 국카스텐은 독일어로 ‘중국식 만화경’이란 의미를 가진 밴드 이름처럼 날것의 질감으로 펄떡이는 다채로운 무대로 자신 만의 영역을 확보해나갔다. 국카스텐에 매료된 이들은 밴드에게 ‘괴물’이란 별명을 안겼다.
국카스텐이 정규 2집 ‘프레임(
Frame)’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정규작으로는 지난 2010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이후 4년 만이다.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다채로운 음악은 더욱 다채로워졌고, 사운드의 질감은 한층 높아졌다. ‘새롭다’는 시쳇말은 국카스텐 앞에서 여전히 새롭다. 밴드의 멤버 하현우(보컬),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을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설명 : 밴드 국카스텐(Guckkasten)이 정규 2집 ‘프레임(Frame)’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기범(베이스), 하현우(보컬),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하현우는 “무언가를 향해 ‘프레임’이란 네모난 틀을 들이대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니었을 지도 모를 그 무언가는 시선을 집중시키며 생명력을 얻게 된다”며 “이번 앨범은 이런 ‘프레임’의 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변신’ ‘오이디푸스’ ‘로스트(
Lost)’ 등 3곡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선공개곡을 재녹음한 ‘몽타주(
Montage)’ ‘푸에고’, ‘소문’ ‘뱀’ ‘깃털’ ‘카눌라’ ‘미늘’ ‘작은 인질’ ‘감염’ ‘저글링’ ‘스크래치’ 등 15곡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더해진 속도감과 화려해진 사운드, 그리고 뚜렷해진 멜로디 라인이다. 기타 연주가 돌출됐던 전작과 달리 베이스와 드럼 등 리듬 파트 연주의 존재감이 확실해진 것도 큰 변화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의 첫 트랙 ‘변신’은 말 그대로 밴드의 변신을 읽을 수 있는 곡이다.
하현우는 “‘지금부터 시작 될 재미있는 놀이는 여기저기 숨겨 놓은 나를 찾아 저지른다’는 가사의 암시처럼 첫 트랙은 변화의 예고편”이라며 “첫 트랙부터 전작과 구별되는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사운드 메이킹의 진보다. 격렬한 합주 속에서도 악기들은 저마다 선명한 소리를 들려주며, 곳곳에 이펙터를 활용한 연주는 마치 다양한 악기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뱀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듯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뱀’과 몽환적인 사운드로 낙하하는 깃털의 이미지가 펼쳐내는 ‘깃털’, 파리의 날갯짓 소리와 사이렌 소리를 연상케 하는 기타 연주가 귀를 자극하는 ‘감염’과 ‘스크래치’도 주목할 만한 곡들이다. ‘작은 인질’과 ‘로스트’에 담긴 가야금, 장구 등 전통 악기 연주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밴드의 고민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밴드와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김대성 엔지니어가 시간에 여유를 두고 소통하며 벌인 온갖 시도 덕분에 가능했다.
하현우는 “우리가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믹싱과 마스터링을 마치고도 몇 번이나 엎었을 정도로 시간과 공을 들였다”며 “지지고 볶는 연주여도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도록 질감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정길은 “수도 없이 믹싱 작업을 되풀이하다보니 언젠가부터 우리가 원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라”며 “엔지니어로부터 일반적인 밴드 4팀 이상의 작업 시간이 들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전규호는 “새로운 장비가 입수되면 바로 녹음에 적용해보는 등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마치 실험실에 가까웠다”며 “디제이(DJ)들이 사용하는 ‘런치패드’를 콘서트에도 활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카스텐은 ‘음악의 시각화’에 주력했다. 앨범 재킷에 담긴 서고운 작가의 회화는 밴드의 야심 찬 목표를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서 작가는 새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를 듣고 자신 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국카스텐은 서 작가와 함께 지난 달 7~9일 블루스퀘어 내 복합문화공간 ‘네모’에서 앨범 아트워크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현우는 “청자에게 단순히 감정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눈앞에 형상을 펼쳐내고 싶었기 때문에, 곡을 만들 떼에도 하나의 이미지에 집중해 작업했다”며 “우리가 떠올린 음악적 형상과 서 작가의 회화가 다르듯이 이번 앨범을 접한 청자가 떠올리는 음악적 형상도 우리와 다를 테지만, 그 또한 이 앨범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밴드의 타성에 젖지 않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질감 없이 연주로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본다”며 “우선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등 팝의 본고장에도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카스텐은 오는 30~31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멤버들은 KBS 1TV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EBS‘세계테마기행’ 등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팬들에 얼굴을 보이고 싶다며 콘서트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은 새로운 음악을 담은 새로운 앨범”이라며 “라이브 무대에서도 역시 ‘괴물’ 같이 연주하더란 찬사를 듣는 것이 이번 콘서트의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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