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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승호 중화고 교장 “꾸중 대신 노래로 행복한 학교됐죠”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 30. 07:24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챔피언~

유쾌한 선생님이셨다.




음악·게임 더한 상담…학폭·흡연줄여
“세종문화회관서 토크콘서트 하고파”


교무실에는 잘못한 일이 없는 학생도 주눅 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교무실이 이럴진대 교장실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중화고등학교 교장실은 다른 학교의 교장실과 사뭇 다르다. 이름부터 교장실이 아닌 ‘꿈 발전소’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수시로 드나든다. 통기타 연주와 노랫소리가 흐르고 학생들이 웃는다. 이 낯선 풍경은 국내 최초의 모험상담가이자 가수로 활동 중인 방승호<사진> 교장이 일궈 낸 변화들이다. 

“몇 년 전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다가 문득 제 꿈은 무엇이었나 자문한 일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의 학창시절 꿈은 가수였습니다. 저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방 교장은 지난 2010년 첫 번째 싱글 ‘다시 시작’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러나 그가 앨범 ‘길 위의 사람들’을 비롯해 꾸준히 신곡을 내놓으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음악은 학생들 마음 속 단단한 빗장을 여는 열쇠가 됐다. 



“처음에 저를 보고 긴장했던 학생들도, 제 기타 소리를 듣는 순간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마음을 엽니다. 작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들이 찾아오더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화교는 서울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가장 많은 학교였다. 화장실 변기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방 교장은 학생들을 다그치는 대신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역할극, 팔씨름 등 각종 게임을 상담에 도입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모험상담에 음악이 더해지자 효과는 배가 됐다. 교정은 자연스럽게 깨끗해졌고, 학교 폭력도 줄어들었다. 이는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 교육부 장관상으로 이어졌다. 

방 교장의 꿈은 히트곡을 가진 가수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교육 철학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그 이유이다. 지난해 방 교장이 가수 김그림과 함께 발표한 금연송 ‘노 타바코’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00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모았다. 그는 최근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부부를 위로하기 위한 곡 ‘사랑하리오’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종국의 ‘사랑했나봐’, SG 워너비의 ‘라라라’를 만든 안영민 작곡가의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 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로 유명한 가수 김장훈 씨와 아이돌 그룹들과도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싶습니다.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런 교장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