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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근호 “버텨내야만 하는 삶…함께라면 행복하지 않을까”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8. 7. 12:52

유근호는 1집 때 눈여겨 봤던 싱어송라이터이다.

2년 동안 잠잠해서 궁금했는데 여름에 어울리는 상큼한 음악으로 기지개를 폈다.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8월 10일자 25면 사이드에 실린다.




유근호 “버텨내야만 하는 삶…함께라면 행복하지 않을까”

[HOOC=정진영 기자] 싱어송라이터 유근호는 단정한 뮤지션이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렇다. 지난 2011년 제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며 데뷔한 그는 이후 옴니버스 앨범 ‘우리들의 유재하’, 첫 정규 앨범 ‘워크 얼론(Walk Alone)’ 등을 통해 진지하면서도 사색적인 음악을 들려줬던 뮤지션이니 말이다. 그런 뮤지션에게 미니앨범은 새로우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포맷이다. 유근호의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다소 무게를 줄인 사운드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가사로 여름의 배경음악을 노린다. 지난달 27일 오후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유근호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근호는 “첫 정규앨범을 내고 지난 2년 간 각종 공연 활동으로 바쁘게 지냈지만, 바쁜 만큼 큰 빛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앨범 타이틀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송대관의 ‘해뜰 날’처럼 어려운 날들을 버티다 보면 결국 빛을 보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유근호가 새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얄미운 나비인가 봐’를 비롯해 ‘무지개가 뜨기 전에’ ‘사막탈출’ ‘렛 미 인(Let Me In)’ ‘둘이서’ 등 5곡이 담겨 있다. 유근호는 연애가 시작부터 절정에 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농밀한 때로는 관능적인 언어로 노래한다. ‘사막탈출’의 “입술을 적셔줘요 내가 시들지 않게끔요”와 ‘렛 미 인’의 “우린 마치 풀리지 않은 컵의 물감처럼/서로 엉켜 하얀 침대를 어지럽히다” 같은 가사는 여백이 많은 음악 속에서 더욱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진중했던 어쿠스틱 포크 사운드 위에 가미된 가벼운 팝과 록의 요소가 눈에 띄는 변화이다. 동요 ‘나비야’를 절묘하게 삽입한 재치가 돋보이는 ‘얄미운 나비인가 봐’는 전작과 비교해 가장 이질적인 느낌으로 변화를 알리는 곡이다. 

유근호는 “밝은 얘기를 담지 않은 1집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었는데, 내 감정에는 다른 면들도 많다”며 “때 마침 여름을 맞았고, 그 계절감에 어울리는 곡들로 팬들에게 새로운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수록곡의 편곡을 각각 다른 뮤지션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싱어송라이터 이규호, 빅베이비드라이버, 오은비, 김선욱, 박준하, 김성윤 등이 피처링과 편곡으로 참여해 앨범에 다채로운 색깔을 더했다. 

유근호는 “편곡에 있어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 훌륭한 편곡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곡을 쓰면서 나름대로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나보다는 다른 뮤지션들이 그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가 들어서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내게 편안한 음악이 남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근호는 “가을을 넘기지 않고 단독 콘서트를 벌일 계획”이라며 “이번 미니앨범과는 달리 다음에 나올 정규 2집은 1집에 가까운 색깔을 가질 것 같다”고 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