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고, 때로는 주책맞게 눈물도 흘렸다.
특히 죽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남기고 간 꿈을 다룬 마지막 부분에선 읽는 내내 울컥했다.
며칠 전 나는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함께 밥을 먹었는데, 꿈속에서 이 상황이 꿈이란 걸 알아차린 나는 어머니를 붙잡고 오열하다가 꿈에서 깬 일이 있다.
그 꿈이 생각나서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신선한 소설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듯한 기시감이 든 부분이 없지 않았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비밀 상점이라는 설정도 감탄사를 토해낼 만한 설정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에피소드 대부분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런 이야기를 원하는 잠재 독자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짧지만 문학 담당 기자를 해본 경험을 비춰 보면, 이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국내에선 희귀종이다.
흔할 것 같은데 안 보인다. 정말로!
작가는 이른 바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가 아니다.
아무리 많이 팔려도 문단이나 평단은 이 작가와 작품을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 또한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저자 인터뷰 기사도 하나 보이지 않고(저자가 원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진지하게 이 책을 리뷰한 기사나 현상을 분석하는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순위와 출판, 문학을 다룬 기사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어차피 기사 몇 개 더 나간다고 책이 팔리는 시대도 지났지만, 언론은 독자보다 늦어도 너무 늦다.
이 소설은 독자가 멱살을 잡고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 소설이 지난해 SF의 대두에 이어 출판, 문학 시장에 변곡점이 왔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없던 대중소설이란 시장이 가까운 미래에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e북으로 먼저 공개된 뒤 종이책으로 출간돼 서점을 장악한 작품이다.
최근에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국내 소설을 e북으로 읽었다.
요즘 들어 e북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나는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물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책만이 주는 특유의 물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읽지 않고 들고만 있어도 무언가 마음을 채워주는 듯한 느낌 말이다.
하지만 e북은 물성은 없어도 종이책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더 많이 글을 읽게 해줬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잠들기 직전에, 화장실에서 잠시 볼일을 보는 동안에 짬을 내 책을 읽기에는 e북이 종이책보다 훨씬 편했다.
e북 때문에 내 독서량은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내년 초에 출간할 장편소설을 가명으로 한 웹소설 플랫폼에 먼저 연재했었다.
플랫폼이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인데, 그 플랫폼을 무시하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물론 별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막판에는 꾸준히 읽는 독자도 생기고 댓글도 꽤 달리긴 했지만.
하지만 연재는 웹소설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좋든 싫든 이제 온라인을 무시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달라진 세상에 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