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영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문학과지성사)
이 소설집을 읽으며 마치 시규어 로스의 앨범을 듣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을 느꼈다.
시간과 공간이 두서없이 뒤얽히다가 느닷없이 한곳으로 모이고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도에 없는 미지의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였다가 우연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낯설고 때로는 당황스러웠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였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 8편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절묘하게 연결돼 마치 한 덩어리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연히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각각의 세계가 변화한다.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평행우주와 양자역학 개념을 활용한 묘사는 뒤얽힌 시간과 공간의 당위에 설득력을 부여하는데, 마치 SF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줬다.
매우 독특한 구성인데도 서로 어색하지 않게 유기적으로 이어져 놀라웠다.
이 소설집은 연작소설로 불러도 어울리고, 나아가 형식을 부드럽게 파괴한 장편소설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나는 이 소설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은하 필라멘트를 떠올렸다.
무수한 별들을 품은 은하가 수백에서 수천여 개 모이면 은하단을 이룬다.
이런 은하단이 모여 군집을 이루면 초은하단이 되고, 초은하단이 모인 구조를 은하 필라멘트라고 부른다.
은하 필라멘트의 크기는 수십억 광년에 달한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아득히 먼 곳에서 바라보면 서로 연결된 거시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존재하지만, 서로의 중력이 연결돼 만들어지는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다.
삶은 예측할 수 없어서 두렵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어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소설 곳곳에서 변주돼 드러난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죠"라는 문장을 작품 곳곳에 남겼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시작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