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남유하 소설집 <양꼬치의 기쁨>(퍼플레인)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1. 31. 00:19
표지를 보고 달콤 살벌한 이야기를 담은 장르 소설이 아닌가 예상했는데, 예상과 달리 달콤을 뺀 살벌한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페이지 곳곳에서 음습한 기운을 느꼈다.
과거에 비슷한 기운을 느꼈던 듯해서 그게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이토 준지의 작품을 봤을 때였다.
생활 밀착형 서사에서 밑바닥에 고인 상상력을 끌어내는 집요함이 흥미로웠다.
집요함은 흔들리는 부부 관계, 불륜, 외모지상주의,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의 불화, 좀비, 사이코패스 등 익숙한 소재를 익숙하지 않게 변주하는 힘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모순이 어색하지 않게 동거한다.
읽는 내내 "솔직히 너도 그런 생각 안 해봤어?"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받아 뜨끔했다.
질질 끌지 않는 문장과 다음 내용을 굳이 숨기지 않는 돌직구 전개가 읽는 데 경쾌함을 더한다.
수시로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살풍경이 등장하는데도, 마냥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경쾌함 때문이었다.
집요함만 있었다면 읽는 재미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색깔과 냄새가 선명하게 느껴져서 눈앞에 자주 영상이 떠올랐다.
'초신당'이나 '뒤로 가는 사람들' 같은 작품은 영상화되면 꽤 괜찮은 결과물로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연휴를 함께 하기에 즐거운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