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최유안 산문집 『카프카의 프라하』(소전서가)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5. 10. 13:44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산문집은 프란츠 카프카가 평생 살았던 프라하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그의 인생과 문학의 흔적을 더듬는다.
소설가이면서 직장인인 작가는 카프카 또한 평생 소설가이면서 직장인인 동년배였다는 사실에 유대감을 느끼며 프라하에 남겨진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카프카는 물론 어린 시절의 카프카, 대학생 시절의 카프카, 법원 수습 직원 시절의 카프카, 보험 회사 직원 시절의 카프카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페이지 곳곳에 담진 프라하의 사진은 텍스트만으로 느끼기 어려운 현장감을 살려주며 읽는 맛을 더한다.

챕터마다 카프카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표시한 지도가 담겨 있어, 여행 가이드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개인사가 포개져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고 풍성해진다.
문학에 온전히 헌신하는 삶을 꿈꿨지만, 밥벌이를 포기하진 못했고, 나름대로 일까지 잘하고 선량했던 사람이 카프카라니.
나 또한 직장인의 삶과 소설을 쓰는 작가의 삶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세월이 꽤 길었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 어디서 카프카에 관한 썰을 풀며 아는 척하긴 딱 좋을 듯싶다.
제대로 읽어 본 카프카의 작품이라고는 「변신」 정도밖에 없는 나도 그런 자신감이 드는 걸 보니 말이다.
오래전에 『김훈·박래부 기자의 문학기행』을 읽었을 때 느꼈던 즐거움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