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여정 장편소설 『숨과 입자』(창비)
나는 누구인가?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형태이든 조직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질문에 더욱 대답하기가 어렵다.
개인이란 존재가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 말이다.
특히 퇴사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나 하나 사라진다고 작동이 멈추는 조직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작품 속 주인공도 그렇다.
안정된 직장을 찾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주거 환경 역시 불안정하고, 겨우 자리 잡은 직장에서도 알게 모르게 차별이 벌어지고, 꿈과 열정으로 포장한 노동 착취가 만연하고, 원하는 삶은 있는데 그게 정말 원하는 삶인지 모르겠고...
그렇게 서서히 나를 잃어가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폭발해 자기에게 묻는다.
나는 도대체 누구지?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 정도 되겠다.
숲을 바라보려면 숲 밖으로 나가야 하듯, 나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낯선 공간에 나를 두기다.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한국과 포르투갈을 오가며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정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자기에게 던져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곳에 도달할 테다.
이 작품의 대답은 타인과의 연결이다.
타인은 나와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그곳에 타인이 서 있기 때문에 내가 나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타인에 의해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타인에 순응하거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려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수많은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존재이지만, 그 연결을 만드는 주체는 결국 나라고.
그러므로 나를 만드는 존재는 결국 나일수밖에 없고, 나여야 한다고.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닿았을 때의 여운은 길고 또 깊었다.
"기도는 어떨 때 일어나는 걸까요?"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가닿고 싶을 때인 것 같아요."
"영원히 과거이기만 한 채로 사라지는 건 없단다. 너에게 닿은 것들은 모두 현재의 일이야. 그 모든 것을 현재로 만드는 건 너란다. 그걸 잊지 마."
뜬금없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마로니에의 히트곡 '칵테일 사랑'의 마지막 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