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신곡 ‘누크 미 베이비(Nuke Me Baby)’를 발표한 ‘한국 포크음악의 전설’ 한대수는 핵 문제가 우리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님을 역설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가까운 일본과 대만에선 반핵운동이 활발한데 우리나라에선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핵 문제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목사가 설교하듯 딱딱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친숙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대수는 지난 7년 세월을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부인(옥사나)과 늦은 나이에 얻은 딸(양호)을 돌보는 데에 쏟았다. 그의 어린 딸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과 그 환경을 물려줘야 할 기성세대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이어졌다.
한대수는 “미국이 작은 나라인 북한의 핵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이 가만히 두고 보겠느냐”며 “핵실험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물 한 모금 마음껏 마실 수 없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한대수는 “우리 세대가 저지른 일은 우리 세대가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며 “이것은 전 인류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누크 미 베이비’는 한대수가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포크록으로, 주제와 같은 심각함보다 흥겨움이 앞서는 곡이다. 가사는 영어로 작성됐지만 기본적인 독해력만으로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쉽다.
한대수와 3년 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뉴웨이브 댄스록 듀오 사우스웨이(SOUTHWAY)가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기타 연주로 참여해 블루지한 맛을 더했다. 한대수는 특유의 거친 보컬을 원테이크(한 곡을 끊임없이 한 번에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하고, 김목경은 보컬과 호흡하며 역시 원테이크로 기타를 연주해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그 결과, 한대수라는 이름을 빼고 듣는다면 영미권 인디 포크록이라고 말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세련된 사운드가 완성됐다. 슬랭(Slangㆍ속어)이 곳곳에 섞인 한대수의 영어 발음은 이 곡의 국적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대수는 “젊은이들이 핵 문제의 위험성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야 정부도 나선다”며 “영어는 사실상 세계의 언어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영어로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당대에 정치적 탄압으로 묻혔던 한대수의 음악은 후대에 이르러 시대를 앞서갔던 음악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대수의 1집 ‘멀고 먼 길’과 3집 ‘무한대’는 지난 2008년 한 일간지 선정 100대 명반에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한대수는 “당시는 ‘행복한 나라로’ 같은 곡이 월북을 암시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낙인찍히는 등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 시대였지만, 지금은 자본이 족쇄가 되는 더욱 무서운 시대”라며 “좋은 가수들이 자본에 밀려 아티스트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많은 뮤지션이 온전히 음악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대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며 “더 세월이 흐르기 전에 해외 교포들을 만나 공연으로 만나고 싶고, 평양의 무대에도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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