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 1집 ‘웨일 오브 어 타임(Whale of a Time)’으로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던 고래야는 이 공연을 통해 이 땅의 잊힌 소리를 현재에 되살리는 것이 향후 목표임을 드러냈다. 고래야의 정규 2집 ‘불러온 노래’는 그 첫 번째 결실인 셈이다. 지난 5일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고래야의 멤버 옴브레(기타), 김동근(대금ㆍ소금ㆍ퉁소), 경이(퍼커션), 권아신(보컬), 정하리(거문고), 김초롱(퍼커션)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옛 유행가를 현대의 유행가로 되살리는 과정은 지난했다. 1차적인 자료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유명한 최상일 PD가 30년에 걸쳐 채록한 민요였다. 최 PD가 전국 각지를 돌며 채록한 민요는 CD만으로 100여 장의 분량이었다. 가사집과 해설집의 분량 역시 방대했다. 고래야는 이 모든 CD를 세심하게 듣고 요약해 ‘신세한탄’, ‘시집살이’ 등 주제 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옴브레는 “처음부터 앨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공연은 아니었는데, 무대에 올려 보니 그 자체로도 충분한 완성도를 가진 하나의 앨범 같은 결과물이 나와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며 “이 앨범은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던 고래야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아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이는 “민요의 생명력은 시대상을 반영한 끊임없는 변화로부터 오는데, 그 명맥이 한 세기 이상 끊어진 터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민요는 오늘날 대중가요와는 달리 1절에선 사랑타령, 2절에선 시집살이가 등장하는 등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대성을 가진 가사를 뽑아 1곡을 완성하는 데에 6~7곡의 민요를 조합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론적으로 매우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한국의 전통놀이인 투전(鬪錢)을 랩 배틀 형식으로 표현한 타이틀곡 ‘잘못났어’를 비롯해 농번기 때 들판에서 울렸던 ‘상사소리’를 차용해 직장 상사를 비꼰 ‘상사놈아’, ‘물허벅’ 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노동의 고달픔을 표현한 ‘아이고 답답’,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민요 가사들을 엮어 보사노바 풍의 편곡으로 담아낸 ‘애원이래’, 목화솜을 타던 활을 연주에 활용해 인생의 황혼기를 담담하게 노래한 ‘생각나네’ 등 13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강렬한 기타 리프와 퉁소, 물바가지, 싸리비 등 전통악기 및 생활 도구를 활용한 다채로운 연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잘못났어’는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이어져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역작이다.
권아신은 “나는 전문적으로 판소리를 익혀왔지만 그동안 배울 수 없던 많은 것들을 민요를 통해 깨달았다”며 “민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스러움이고 이를 잘 살려 녹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동근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곳곳에 삽입된 퉁소 연주”라며 “이제 연주자조차 찾기 어려워진 퉁소를 합주에 활용할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이는 “민요의 가사는 웬만한 요즘 가요의 가사 이상으로 재기발랄하다”며 “단순히 민요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 노래방에서도 불릴 수 있는 유행가로 민요를 재탄생시키고 싶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조상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