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단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
우리는 대체로 이를 잊고 살아가지만, 이 두 가지 진실은 불시에 삶의 궤도를 흔들어 놓곤 한다.
이 책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으며 삶이라는 배가 난파되는 위기를 맞은 독서 플랫폼 '그믐'의 김새섬 대표와 스위스에 거주하는 김진경 작가가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죽음에 관해 함께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두 저자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등 다양한 책 속에 담긴 문장을 매개로 물리적인 거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깊은 대화를 나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개인적 경험이 겹쳤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표현은 가족이나 가까운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말하는 '2인칭 죽음'이었다.
인간은 자기 죽음인 '1인칭 죽음'을 지켜볼 수 없으므로, 죽음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의 죽음뿐일 텐데, 관계없는 타인의 죽음인 '3인칭 죽음'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므로,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죽음은 '2인칭 죽음'일 테다.
나는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이들의 '2인칭 죽음'을 갑작스럽게, 때로는 비극적으로 자주 겪었다.
안타깝게도 자연사로 떠난 이는 없었다.
여기에 사고로 '1인칭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이 있었고, 이는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이런 경험은 죽음을 조금 더 현실적인 과제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법적 요건을 갖춘 자필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둔 것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주로 얼마 되지 않는 소소한 재산에 관한 내용이지만, 죽음 이후의 정리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처이자 짐이 되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남은 이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성의이자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연명치료 거부와 장기기증을 사전에 등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무의미하게 고통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떠한 존엄도 더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숨이 끊어진 육신에 미련을 두기보다, 단 하나의 장기라도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새 삶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죽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라 믿는다.
저자들 역시 죽음을 직시하고 미리 준비하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가치 있게 살아내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말이다.
저자들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자율성과 책임, 관계, 의미 추구를 꼽는다.
나는 막연하지만 내 욕망과 세상의 욕망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삶을 원해왔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니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내 소설 쓰기는 온전히 내 책임 아래에서 자율적으로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동시에 세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는 의미 추구라는 목표와 닿아 있음을 확인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확실하게 찾아올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부지런히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삶의 목표와 자세를 들여다보는 도구로서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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