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19 이유리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문학동네) 작가의 전작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조금은 당혹스러운 결말이 매력적이었다. 반면 이 작품은 환상보다는 현실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고, 결말도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기발한 엉뚱함이 유쾌한 해방감을 주었다면, 작가의 첫 장편인 이 책은 다소 무겁고 비극적이다. 하늘에 정체불명의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분홍빛 구름이 떠있다는 설정은 작가의 전작들을 연상케 하지만, 거기에 모여 사는 거주자들의 삶은 전형적인 빈민가의 모습이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거주지는 아파트이고, 대체로 층수가 높아질수록 시세도 높아진다. 특히 꼭대기 층인 펜트하우스는 아파트 단지에서 예외 없이 최고가를 자랑한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뒤집어 펼쳐낸다. 반지하나 지하는커녕 .. 2026. 8. 13. 류현재 장편소설 『빼그녕』(마름모)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홍보 게시물을 접했을 때, 내심 가벼운 성장소설일 것이라 예상했다. 표지 디자인은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이고, 주인공은 소녀이니까. 하지만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성장소설의 면모를 분명히 갖추고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빼그녕(본명 백은영)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보고 들은 모든 걸 기억하는 비범한 천재 소녀다. 어른들의 위선을 포착해 내는 조숙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은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 『새의 선물』 속 주인공 ‘진희’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빼그녕이 진희보다 훨씬 아이답고, 엉뚱하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이런 아이를 1인칭 시점으로 활용한 만큼 작품 분위기는 거.. 2026. 8. 13. 장강명 장편소설 『서성이다』(현대문학) 책을 펼친 자리에서 한 순간도 떠나지 못했다. 작가 특유의 냉철한 가독성과 속도감은 여전한데, 그 위에 아픈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니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폭발력이 어마어마하다. 서사를 끌어가는 문체는 서늘한데, 그 깊은 밑바닥에 흐르는 진심은 뜨겁다. 주인공의 진심이 드러날 때마다 서서히 가슴을 옥죄어왔고, 마지막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 작가 개인의 서사를 아는 독자라면 더더욱 심장박동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많은 책을 읽진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울렁거리게 한 책이었다. 타인의 문장을 통해 나의 가장 은밀하고 취약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당혹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충격을 준다. 언젠가 아내는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2026. 8. 10. 조영주 장편소설 『마지막 방화』(한겨레출판) 사건 해결이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방화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형사라니. 마치 지리산 중턱에 광어회 맛집이 존재한다는 설정처럼 신선하고 흥미롭다. '셜록 함즈'라는 거창한 별명이 무색하게, 스스로의 무의식과 죄책감마저 의심해야 하는 주인공의 역설적인 상황이 극의 긴장감을 바짝 조여온다. 여기에 경기도 평택시라는 일상적인 공간과 촉법소년, 층간소음 갈등, 청소년 마약 문제, 전세 사기 등 우리가 뉴스로 자주 접하는 분통 터지는 사회적 이슈가 결합해 현장감을 더한다. 뉴스 헤드라인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이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들은 소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체를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이 끼어드니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마치 틀린 수학 문제를.. 2026. 8. 10. 이전 1 2 3 4 ··· 5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