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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천72

이주란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한겨레출판) 구입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뒤늦게 읽은 소설집이다. 몇 년 전 작가의 소설집 을 읽었는데,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내겐 심심했다. 그 기억 때문에 이 소설집이 독서 목록에서 자꾸 밀렸다. 어떻게든 읽어 보려고 연희문학창작촌에 들고 갔는데, 퇴실일자가 가까워져 오는데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퇴실해 집으로 돌아오면 읽을 책들이 쌓여있을 게 뻔해 다시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쳤다. 소설집에 실린 여덟 작품 속 주인공은 모두 욕심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런 소박한 바람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자기만의 걸음을 걷고, 천천히 주위와 소통하며, 천천히 상처를 보듬을 뿐이다. 마치 초식동물처럼 아파도 요란하게 굴지 않는다. 그렇게 일상.. 2023. 10. 30.
백수린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문학동네) 출간 당시 구입했는데 손이 가지 않아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작품이다. 읽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백수린 작가가 지금까지 내놓은 소설집이 나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집보다는 산문집이 더 읽을만했다. 그랬는데도 왜 이 작품을 구입한 이유는 단 하나, 표지가 예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책 표지 중에 이 작품 표지보다 예쁜 건 없었다. 문학동네가 디자인을 기가 막히게 한다고 감탄하며 책날개를 보니, 주유진 작가의 그림이었다. 이후 웹서핑으로 주 작가의 그림을 찾아 자주 감상하곤 했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인데도 주 작가의 그림이 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돌이켜 보니 작가의 전작인 소설집 도 표지에 혹해 구입했었다. 사설이 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내가 지금까.. 2023. 10. 29.
문미순 장편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 이 작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간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고령화 문제는 빈약한 사회 안전망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간병 파산이나 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중년 여성 '명주'와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남성 '준성'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복지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두 주인공의 삶은 비극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살던 명주는 어머니가 죽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시신을 미라로 만든다. 어머니 앞으로 나오던 연금이 끊기면 자신도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이유로. 뉴스로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연금부정수급 사례가 오버랩된다. 준성은 아버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 2023. 6. 28.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행나무)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21년 12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 원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난 2013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94억9000만 원이었다. 국회의원을 엄청난 자산가처럼 보이게 만든 원인은 정몽준 전 의원 때문이었다. 정몽준 한 사람의 재산이 전체 국회의원 재산 합계보다도 많았으니까. 그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면 23억3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진짜 보통 사람의 소득 수준을 알아보려면, 평균소득이 아니라 임금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인 중위소득을 살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위소득은 250만원이다. 즉 대..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