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읽을 때는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 있으면 일부러 함께 읽곤 한다.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른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마침 나란히 비교하며 읽기 좋은 작품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40대 여성인 윤고은 작가가 쓴 연애소설 『테니스나무』였고, 하나는 70대 남성인 박문구 작가가 쓴 연애소설인 이 작품이었다.
후자가 조금 더 흥미로워서 먼저 페이지를 펼쳤다.
그 연배에 신작을, 그것도 연애소설을 내는 작가는 천연기념물처럼 귀하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 심야극장의 한가운데 좌석에 뚝 떨어져 홀로 고풍스러운 멜로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주제인 목숨을 건 사랑(그것도 윤리적으로는 금지된 사랑)이 잃어버린 일종의 낭만처럼 느껴졌다.
첫눈에 서로에게 매료돼 가파른 감정의 절벽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두 사람.
밀고 당기기나 현실적인 타협 따위는 하수에 불과하다는 듯, 요즘 독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울만큼 직선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서사 전개.
일단 상대방을 죽여 놓고 시작하던 90년대 발라드보다도 더 비장하고 지독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작품 제목이 '너 없이 나도 없다'는 처절한 선언으로 읽혔다.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미덕이 된 지금 시대에 이 작품 속 사랑은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그 무모했던 시절, 모든 것을 걸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감정의 원형을 그리워하지 않는가.
감정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바닥까지 긁어모아 쏟아붓는 열정을 만나기 힘든 시대이기에, 작품의 투박함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작품의 체온만큼은 그 어떤 젊은 작가의 최신작보다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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