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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호연 장편소설 『서울의 선인』(위즈덤하우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6. 9. 11.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다분히 종교적이거나 오컬트적인 요소를 다룬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초반부에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은근히 자아내며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역시나 특유의 유쾌하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김호연 표' 소설로 차분히 귀환한다. 
전작들처럼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에 서울 곳곳을 포착해 낸 현장감이 더해졌다.
초반부에 치밀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을 후반부에 모두 자연스럽게 회수하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전개도 여전하다.

작가의 전작 『망원동 브라더스』와 『파우스터』를 뒤섞어 놓으면 이 작품의 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불편한 편의점』이나 『나의 돈키호테』처럼 처음부터 따스하고 다정한 분위기만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쳤다면 다소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작가의 작품이 늘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페이지터너다. 
한 번 펴 들면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빠르게 후루룩 넘기게 만드는.
OTT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무빙』에서 초능력을 뺀 인물들이 활약하는 이야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