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을 읽는 내내 17년 전 여름에 걸었던 1번 국도를 떠올렸다.
작품 속 주인공은 유럽 여러 나라의 도시를 넘나들지만, 나는 며칠 동안 1번 국도를 걸으며 몇몇 지자체의 경계만을 겨우 넘었다.
주인공에게는 여러 동행이 있었지만, 내겐 동행이 없었다.
공통점이라고는 '여행'이라는 키워드뿐이지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1번 국도를 걸었던 그 지난한 여행이 내가 소설을 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실연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모호한 상처를 안고 떠난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내면을 정리하려 하지만, 계획은 좀처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의도치 않게 여러 사람과 얽히는 동안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의 진짜 얼굴과 대면한다.
내가 1번 국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소설에 뜻을 뒀을 때처럼, 주인공 역시 여행의 궤적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을 쓴다.
주인공에게 유럽의 낯선 풍경이 그러했듯, 내게도 1번 국도의 황량하고 고단했던 길가는 여러 소설의 출발점이었다.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여정임에도 책을 덮을 때까지 짙은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여행이란 계획대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길 위에서 내가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주워 담았는지가 더 중요한 과정 아니겠는가.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안, 17년 전 팔토시 위에 땀이 마르며 남겼던 하얀 소금 알갱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오랜만에 짠내 나는 여행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 반가웠다.
새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내면에 회의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오래전 1번 국도 위에서 열망했던 소설을 향한 순수한 욕심을 되새겼다.
덕분에 잠시나마 그 무거운 회의감을 지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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