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전작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조금은 당혹스러운 결말이 매력적이었다. 반면 이 작품은 환상보다는 현실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고, 결말도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기발한 엉뚱함이 유쾌한 해방감을 주었다면, 작가의 첫 장편인 이 책은 다소 무겁고 비극적이다.
하늘에 정체불명의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분홍빛 구름이 떠있다는 설정은 작가의 전작들을 연상케 하지만, 거기에 모여 사는 거주자들의 삶은 전형적인 빈민가의 모습이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거주지는 아파트이고, 대체로 층수가 높아질수록 시세도 높아진다.
특히 꼭대기 층인 펜트하우스는 아파트 단지에서 예외 없이 최고가를 자랑한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뒤집어 펼쳐낸다.
반지하나 지하는커녕 어떤 땅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가난한 사람만이 위태로운 탈것을 타고 구름 위로 향한다.
수도와 전기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자외선 농도가 높은 강렬한 햇살은 피부를 검게 태워 지상에 사는 사람과 외모를 구별되게 만든다.
마치 냄새로 계층을 구분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영화 <기생충>처럼, 피부색이라는 신체적 특징마저 계급의 표식으로 작용하며, 지상 사람들과의 차별과 격리를 한층 더 강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 없이 인공 강우제를 살포해 구름을 없애려고 하고, 구름 위 거주자들은 무력하다.
정부는 그들을 허공에 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 지워져도 그만인 존재로 취급하고, 땅에 사는 사람들은 구름 때문에 일조권을 방해받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무분별한 개발과 강제 철거라는 이름 아래 삶의 기반을 빼앗겨 온 현실의 역사와 판타지의 공간이 이렇게 포개진다.
가장 높은 곳을 가장 낮은 자리로 바꾼 이 상상력의 전복은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분홍빛 솜사탕의 이미지 뒤에 숨은 잔혹한 계급적 낙차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주인공의 이름까지 하필 '하늘'이라니.
작품의 마지막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궁금했는데 '빈곤 포르노'였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씁쓸하고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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