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들은 모든 앨범 중 가장 사이다 같은 앨범이었다.
앨범도 앨범이지만 더 좋았던 건 라이브였다.
밴드는 음악을 잘 해야 하지만, 라이브에서 멋있어야 한다.
아이엠낫은 올해 들어 하비누아주, 신설희 등과 더불어 직접 수소문해 쫓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앞으로 훨훨 날아가길 기대하며..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10월 5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아이엠낫 “우리가 누구냐고? 들어봐. 춤추게 될 테니”
아이엠낫은 올 초부터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로 연주한 블루스를 담은 싱글들을 연이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무늬만 신인인 멤버들의 화려한 면면도 화제였다. 지난 달 25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미니앨범 ‘후엠아이(whoami)’를 발표한 아이넴낫의 멤버 임헌일(보컬ㆍ기타), 양시온(베이스), 김준호(드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아이엠낫이 미니앨범 ‘후엠아이(whoami)’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양시온(베이스), 임헌일(보컬ㆍ기타), 김준호(드럼). [사진 제공=아이엠낫]
임헌일은 “무언가를 설명할 때 ‘이것은 무엇이다’란 표현보다 ‘이것은 무엇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표현이 더 명확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며 “‘나는 아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밴드 이름은 우리는 우리만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아이엠낫의 세 멤버는 지난 2006년 단 한 장의 앨범만 발표하고 사라진 모던록 밴드 브레멘(Bremen)의 일원이었다. ‘브레멘의 악대’는 사라졌지만 멤버들은 어느새 한국 대중음악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중추로 자리를 잡았다. 양시온은 프로듀서로, 김준호는 연주자로, 임헌일은 밴드 메이트로 활동하며 각자의 이력을 쌓았다. 그랬던 이들이 각자 해왔던 음악에서 벗어나 블루스로 뭉친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다.
양시온은 “임헌일의 솔로 앨범 제작을 도우며 셋이 함께 연주하다보니 마치 형제들을 만나 노는 느낌을 받았다”며 “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끼리 만나 연주를 하다보면 가장 이상적인 밴드의 색깔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고 밴드 결성 배경을 밝혔다. 임헌일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늘 밴드의 일원이고 싶었지 솔로로서의 욕심은 크지 않았다”며 “언젠가 뼈를 묻을 밴드를 만들게 된다면 셋이 함께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상상했었는데, 그 상상이 이뤄져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사이코(Psycho)’와 ‘컷(Cut)’을 비롯해 싱글로 먼저 공개됐던 ‘더 브랜드 뉴 블루스(The Brand New Blues)’, ‘두 잇(Do It)’, ‘헤이헤이(HeiyHeiy)’, CD에만 수록된 히든트랙 ‘엠프티(Empty)’ 등 총 6곡이 담겨 있다. 하동균, 월러스, 로다운30, 노라조, 아이유, 에이핑크 등의 앨범과 공연에서 엔지니어를 맡았던 이스트빔(Eastbeam)이 프로듀싱과 녹음, 믹싱으로 참여해 신선한 감각을 더했다. 마릴린 맨슨(The Pale Emperor)의 신보 ‘더 페일 엠페러(The Pale Emperor)’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마스터링’ 부문을 2회 수상한 브라이언 루시(Brian Lucey)가 마스터링을 맡아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양시온은 “이스트빔은 우리보다 어리지만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최신 조류에 대한 감이 밝아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마스터링 엔지니어 역시 멤버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까지 찾아 매만져 현대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저마다 그동안 펼쳐온 음악 세계를 블루스라는 거대한 멍석 위에 쏟아내며 개성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강렬하면서도 끈적거리는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요소를 절묘하게 엮은 ‘사이코’와 힙합의 무거운 트랩(Trap) 비트까지 차용한 ‘컷’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시도로 귀를 잡아끈다. 강렬한 기타 리프 위에 이채언루트의 강이채가 바이올린 연주를 더한 ‘두 잇’은 과거와 현재의 세련된 조화를 들려준다.
밴드 아이엠낫이 미니앨범 ‘후엠아이(whoami)’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양시온(베이스), 임헌일(보컬ㆍ기타), 김준호(드럼). [사진 제공=아이엠낫]
이 모든 음악의 청사진 같은 곡인 ‘더 브랜드 뉴 블루스’와 60년대 초기 스테레오 시대처럼 왼쪽과 오른쪽 채널을 완전히 분리해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며 이 앨범의 뿌리는 블루스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엠프티’는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실려 있다. 단순히 재치라고 보기에는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임헌일은 “멤버들과 함께 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니 블루스라는 옷이 가장 우리에게 잘 맞았다”며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음악들의 요소를 블루스와 세련되게 결합시켜 개성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준호는 “세 멤버 모두 음악적인 면에서 자유로운 자세를 가지고 있고, 음악을 들을 때 감동을 받는 지점도 비슷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멤버들 모두 프로여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와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아이엠낫은 지난달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여 성황리에 마쳤다. 또한 아이엠낫은 오는 17일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지는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아이엠낫은 “블루스 밴드들만 모인 합동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고, 연말에는 송년 파티를 겸한 공연을 마련해 볼 계획”이라며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한 트루디 등 힙합 뮤지션들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래퍼들과 함께 랩을 위한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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