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집을 읽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던 작가다.
중앙지 신춘문예 2관왕(조선일보, 한국일보)이라는 화려한 등단, 등단작이 보여줬던 익숙한 일상에 뒤틀려 녹아있는 불안한 정서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도 등단작이 보여줬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어지간한 스릴러보다 내겐 더 긴장감이 넘치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폭력도 없고, 피 한 방울도 튀지 않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겉보기엔 평화롭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뿜어내는 정서가 대단히 찝찝하고 불편하다.
학폭 피해자인 딸을 데리고 낯선 섬으로 도망치듯 떠나왔더니 그 섬에서 학폭을 저지른 학생의 어머니와 엮이는 불편한 상황으로 이어지고(말의 눈), 군대라는 폐쇄적인 사회의 위계질서는 부조리한 상황에도 침묵하게 만든다(쥐).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일을 불편해하다가 어느새 의존하게 되고(맹점),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여겼는데 반대로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 '사이다'는 없다.
그런데 작품 속 화자의 태도는 태연하기 이를 데 없어서 기묘함이 더해진다.
그래서 더 찝찝하고 불편하다.
이 소설집을 기분 좋게 읽을 독자는 단언컨대 없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기억에는 대단히 오래 남을 거라고 장담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모순이라고
그런데도 이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가고 있다고.
섬뜩한 소설집이었다.
출간되자 마자 산 소설집인데 뒤늦게 펼쳤다.
그런 책이 아직도 많아 걱정이다.
구입한 순서대로 읽는 습관이 강박에 가깝다 보니, 이러다간 신간을 사고도 제때 읽지 못하는 일이 잦아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