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소개하던 그가 영원한 추억으로 변해 떠났다.
70~80년대 젊음의 변방을 서성였던 많은 이들에게 이종환은 추억을 하나로 아우르는 이름이었다. 1964년 라디오 PD로 MBC에 입사한 이종환은 ‘한밤의 음악편지’ PD를 시작으로 ‘탑튠 퍼레이드’의 PD와 DJ를 겸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별이 빛나는 밤에’ㆍ‘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 당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들이 그의 입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10년 이상 최고의 청취율을 자랑했던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이종환에게 ‘방송대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켜 방송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2005년 TBS 교통방송 라디오로 복귀해 녹슬지 않은 재담을 과시했다.
사람 사귀는 재주가 좋았던 이종환의 주변엔 ‘이종환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늘 따르는 가수들이 많았다. 특히 이종환이 지난 1973년 종로2가에 문을 연 음악 감상실 ‘쉘부르’는 당대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이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기타를 든 젊은이들이 ‘쉘부르’의 문을 두드렸고 이종환은 대중음악계의 거두가 됐다. ‘이름 모를 소녀‘의 고(故) 김정호를 비롯해 어니언스, 쉐그린, 위일청, 강승모, 남궁옥분, 최성수 등 숱한 히트 가수들이 ‘쉘부르’를 통해 데뷔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이문세와 변진섭도 ‘쉘부르’ 오디션의 응시자들이었다. 대중문화계의 큰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도 한때 ‘쉘부르’ 무대에 섰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 제2호실에 마련될 예정이다. 발인은 6월 1일 오전 6시 30분이다. 인터넷과 SNS상에선 고인의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의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추억을 소개하던 그가 추억으로 변해 떠났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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