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꽃덕후'를 만났다.
인터뷰 시간의 반 이상을 꽃 이야기로 소비했다.
그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꽃덕후' 만나기 쉽지 않은데...
23일 정규앨범 6집 ‘꽃은…’ 발매
일상속 작은 소리의 소중함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
소박한 그리움·추억 등 선사
마당놀이 같은 ‘관객과 소통’ 기대
금잔화, 천수국, 만수국…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꽃들을 정확히 구별해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긴 시간 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는 방증이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시끌벅적한 나날들을 보내던 루시드폴은 문득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초야에 몸을 숨기듯 서울 북촌의 조용한 집에 몸을 맡긴 그는 지난 여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도시의 소음에 묻힌 희미한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바람과 흐르는 냇물, 귀뚜라미와 새의 울음을 들으며 문득 자신의 음악도 자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루시드폴은 그 소리들을 음악으로 붙잡아 나갔다. 그 음악들은 하나 둘씩 앨범으로 엮였다. 오는 23일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 발매를 앞둔 루시드폴을 최근 서울 신사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루시드폴은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방만해지면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며 “집 안에 홀로 머물며 일상을 찬찬히 돌아보니 놀랍게도 그동안 못 본 풍경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이 소리들을 음악으로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앨범 제작 배경을 밝혔다.
루시드폴이 느낀 일상의 소박한 행복은 앨범에 고스란히 음악으로 새겨졌다. 앨범엔 대문 앞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울던 유기견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먹먹한 감정을 단출한 기타 연주에 실은 ‘검은 개’, 부모님과 함께 했던 섬진강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보사노바 풍의 연주로 담은 ‘강’, 집안으로 드는 햇살의 따뜻함을 경쾌한 연주로 그려낸 ‘햇살은 따뜻해’, 자주 집으로 날아 들어와 친숙해진 새들의 모습을 노래한 ‘서울의 새’, 꽃이 피고 시드는 과정을 서정적인 필치로 써내려간 ‘늙은 금잔화에게’ 등 10곡이 담겨 있다. 정규 4집 ‘레미제라블’ 등의 작품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선 그 시선을 보다 아래로 내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특별함을 포착해 소중함을 일깨운다. 감정선의 기복이 완만해 심심한 듯 들리다가도 독립성을 잃지 않는 섬세한 소리들이 문득 선사하는 즐거움의 부피가 만만치 않다. 또한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잡아주는 과정)을 브라질에서 진행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라틴 그래미 어워드를 수차례 거머쥔 명 엔지니어 카를로스 프레이타스(Carlos Freitas)가 마스터링을 맡았다.
루시드폴은 “기와지붕으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는 아무리 커도 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앨범에 담아내기 위해 어쿠스틱 악기만으로 편곡해 연주를 앰프의 증폭 없이 직접 마이크로 녹음했다”며 “녹음 과정이 까다로워서 연주자들의 고생이 많았지만 곡을 진심으로 좋아해줘서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섬세한 소리의 즐거움은 기타 연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루시드폴은 곡마다 8현 나일론 기타, 바리톤 기타, 세미 바리톤 기타 등 다양한 기타를 연주하며 곡의 명도와 채도를 미묘하게 조절해 나갔다. 특히 앨범의 유일한 연주곡인 ‘꽃은 말이 없다’는 바리톤 기타의 튜닝과 현에 변화를 줘 저음부의 울림을 강조하는 등 독특한 시도가 눈에 띄는 곡이다.
루시드폴은 첫 베스트 앨범 ‘루시드폴 - 더 베스트 오브(Lucid Fall - The Best of)’가 지난 17일 일본에서 발매했다. 베스트 앨범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발매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정규 6집 또한 다음 달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루시드폴은 “일본 레이블 관계자가 먼저 음악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일본의 공연장에서 직접 현지 팬들을 마주하며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루시드폴은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월ㆍ화요일 제외) 총 10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마당놀이를 닮은 독특한 원형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그는 “관객과 뮤지션이 마주보는 형태의 기존 공연은 사실상 극장에서 감상하는 쇼에 가깝다”며 “무대 가운데에 서서 마당놀이처럼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일상속 작은 소리의 소중함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
소박한 그리움·추억 등 선사
마당놀이 같은 ‘관객과 소통’ 기대
금잔화, 천수국, 만수국…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꽃들을 정확히 구별해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긴 시간 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는 방증이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시끌벅적한 나날들을 보내던 루시드폴은 문득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초야에 몸을 숨기듯 서울 북촌의 조용한 집에 몸을 맡긴 그는 지난 여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도시의 소음에 묻힌 희미한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바람과 흐르는 냇물, 귀뚜라미와 새의 울음을 들으며 문득 자신의 음악도 자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루시드폴은 그 소리들을 음악으로 붙잡아 나갔다. 그 음악들은 하나 둘씩 앨범으로 엮였다. 오는 23일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 발매를 앞둔 루시드폴을 최근 서울 신사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루시드폴은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방만해지면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며 “집 안에 홀로 머물며 일상을 찬찬히 돌아보니 놀랍게도 그동안 못 본 풍경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이 소리들을 음악으로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앨범 제작 배경을 밝혔다.
루시드폴이 느낀 일상의 소박한 행복은 앨범에 고스란히 음악으로 새겨졌다. 앨범엔 대문 앞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울던 유기견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먹먹한 감정을 단출한 기타 연주에 실은 ‘검은 개’, 부모님과 함께 했던 섬진강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보사노바 풍의 연주로 담은 ‘강’, 집안으로 드는 햇살의 따뜻함을 경쾌한 연주로 그려낸 ‘햇살은 따뜻해’, 자주 집으로 날아 들어와 친숙해진 새들의 모습을 노래한 ‘서울의 새’, 꽃이 피고 시드는 과정을 서정적인 필치로 써내려간 ‘늙은 금잔화에게’ 등 10곡이 담겨 있다. 정규 4집 ‘레미제라블’ 등의 작품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선 그 시선을 보다 아래로 내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특별함을 포착해 소중함을 일깨운다. 감정선의 기복이 완만해 심심한 듯 들리다가도 독립성을 잃지 않는 섬세한 소리들이 문득 선사하는 즐거움의 부피가 만만치 않다. 또한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잡아주는 과정)을 브라질에서 진행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라틴 그래미 어워드를 수차례 거머쥔 명 엔지니어 카를로스 프레이타스(Carlos Freitas)가 마스터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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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 발매를 앞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안테나뮤직] |
루시드폴은 “기와지붕으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는 아무리 커도 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앨범에 담아내기 위해 어쿠스틱 악기만으로 편곡해 연주를 앰프의 증폭 없이 직접 마이크로 녹음했다”며 “녹음 과정이 까다로워서 연주자들의 고생이 많았지만 곡을 진심으로 좋아해줘서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섬세한 소리의 즐거움은 기타 연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루시드폴은 곡마다 8현 나일론 기타, 바리톤 기타, 세미 바리톤 기타 등 다양한 기타를 연주하며 곡의 명도와 채도를 미묘하게 조절해 나갔다. 특히 앨범의 유일한 연주곡인 ‘꽃은 말이 없다’는 바리톤 기타의 튜닝과 현에 변화를 줘 저음부의 울림을 강조하는 등 독특한 시도가 눈에 띄는 곡이다.
루시드폴은 “전문 연주자는 아니지만 가장 잘 아는 악기가 기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타가 낼 수 있는 소리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탐구하게 됐다”며 “집시기타 등 다양한 기타를 연주해보고, 또 충북 괴산에서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장인을 찾아가 설명을 듣다보니 기타의 종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울림과 화성이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루시드폴은 첫 베스트 앨범 ‘루시드폴 - 더 베스트 오브(Lucid Fall - The Best of)’가 지난 17일 일본에서 발매했다. 베스트 앨범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발매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정규 6집 또한 다음 달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루시드폴은 “일본 레이블 관계자가 먼저 음악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일본의 공연장에서 직접 현지 팬들을 마주하며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루시드폴은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월ㆍ화요일 제외) 총 10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마당놀이를 닮은 독특한 원형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그는 “관객과 뮤지션이 마주보는 형태의 기존 공연은 사실상 극장에서 감상하는 쇼에 가깝다”며 “무대 가운데에 서서 마당놀이처럼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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