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에 일렉트로닉이라는 기상천외한 조합이라니? 그런데 대단히 잘 어울린다!
레인보우99 이 녀석 정말 물건은 물건이다. 다작을 하면서도 어떻게 졸작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대단한 녀석!
첫 정규앨범 ‘오로라’를 발매한 밴드 우쿠루쿠. 왼쪽부터 신지용(건반), 이수빈(보컬), 레인보우99(우쿨렐레ㆍ프로그래밍). [사진제공=우쿠루쿠] |
하와이의 전통악기 우쿨렐레는 휴대와 연주가 쉽고 음색이 청량해 최근 들어 가장 저변을 넓힌 악기 중 하나다.
그러나 대중음악에 있어서 우쿨렐레의 영역은 제한적이다. 우쿨렐레는 대개 음악에 이국적인 색깔을 덧입히는 소품내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대용품 역할에 그치고 있다.
밴드 우쿠루쿠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우쿨렐레를 음악의 전면에 내세우고 일렉트로닉 장르와 결합을 시도하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정규 앨범 ‘오로라(Aurora)’를 발표한 밴드의 멤버 레인보우99(우쿨렐레ㆍ프로그래밍), 신지용(건반), 이수빈(보컬)을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레인보우99는 “처음엔 우쿨렐레하면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음악을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우쿨렐레의 소리가 일렉트로닉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장르의 결합을 시도하되 여름, 바다 등 우쿨렐레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앨범엔 ‘그렇게 시작해’, ‘노래하자’, ‘우리 만나자’, ‘우쿠루쿠’, ‘오아시스’, ‘오로라’ 등 보너스트랙을 포함해 총 10곡이 담겨 있다. 수록곡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속에 낯설지 않게 녹여낸 우쿨렐레 특유의 밝은 음색이다.
우쿠루쿠는 의외로 다른 사운드와 섞이기 힘든 우쿨렐레의 통통 튀는 음색을 변형시키거나 조율에 변화를 주는 등의 시도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 성향을 강조한 ‘우쿠루쿠’와 포스트록을 연상케 하는 광활한 소리의 풍경을 연출하는 ‘오로라’는 우쿨렐레가 대중음악에 장식처럼 쓰이는 가벼운 화음악기만은 아님을 증명하는 실험적인 곡들이다. 또한 팝적인 멜로디와 사운드로 대중성과 접점을 찾는 ‘노래하자’ ‘우리 만나자’ ‘오늘은 왠지 달리고 싶어’ ‘휘파람’ 등의 곡은 이 같은 음악적 실험이 실험에만 머물지 않고 가요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레인보우99는 “홍상수 감독은 사전에 배우와 스태프에게 영화의 시나리오를 넘겨주지 않고 대략적인 틀만 사전에 제시한 뒤, 촬영 당일 오전에 현장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시나리오를 쓴다고 들었는데 우리의 작업 과정 역시 그와 비슷했다”며 “틀에 얽매이지 않은 결과물이 나온 이유도 목표를 정하고 작업하는 대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작업 과정 덕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빈은 “‘오아시스’ 같은 곡을 녹음 할 때에도 그저 사막이란 주제만 제시받았을 뿐, 홀로 녹음실에 들어가 자유롭게 녹음했다”며 “북극의 오로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이어서 사진으로는 도저히 그 느낌을 담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만약 ‘오로라’ 같은 곡을 틀에 맞춰 계획에 따라 녹음하려고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쿠루쿠는 오는 19일 서울 서교동 클럽 ‘빵’ 무대에 올라 앨범 수록곡을 라이브로 들려줄 예정이다.
우쿠루쿠는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클럽 ‘빵’에서 자주 우리들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음악 프로그램보다도 KBS ‘인간극장’과 ‘다큐3일’ 같은 다큐멘터리가 우리의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담는다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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