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국회 청문회가 오래전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 돌팔매질하는 자리가 되겠지..
투명사회/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
그러나 재독 사회학자 한병철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긍정적인 가치로 여겨져온 투명성 개념에 의문을 제시한다. 그는 저서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를 통해 투명사회를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새로운 통제사회라는 전복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전작 ‘피로사회’를 통해 자유가 오히려 자기 착취를 낳고 스스로를 고갈시키는 현대인의 모순을 파헤쳐 독일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전시해 스스로 디지털 통제사회를 완성해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투명사회’는 지난 2012년 독일에서 출간 당시 ‘피로사회’ 이상의 충격을 안겼다.
당시 독일에선 크리스티안 볼프 대통령이 부정 의혹에 휘말려 사임하게 된 상황이어서 정치ㆍ경제 권력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뢰 위에 세워진 사회에서는 투명성에 대한 집요한 요구가 생겨나지 않는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회의 도덕적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것, 진실성이나 정직성과 같은 도덕적 가치가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믿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궁극적으로 자발적 노예가 넘쳐나는 통제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투명성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끊임없이 이 사회가 어떤 곳인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저자의 태도는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을 무조건적으로 배우려는 태도에 제동을 걸고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자는 “투명성을 요구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은 획일화된다”며 “모든 것을 만인이 보는 앞에서 즉각 공개하게 되면 사유의 공간이 없어지고, 정치는 호흡이 짧아져 길게 내다보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북유럽의 복지 모델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높은 조세로 실현하는 북유럽의 복지 모델은 사실상 한국의 현실에선 이상에 가깝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북유럽 배우기 열풍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저자의 남다른 인식은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다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일종의 경고처럼 들린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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