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페퍼톤스 “이번 앨범은 동시대 또래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하이파이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8. 19.

이 바닥에서 나와 동갑인 뮤지션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만난 동갑 뮤지션이라 반가웠다.

젊고 밝은 음악으로 기억 속에 각인된 팀이어서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어느덧 데뷔 10년차다. 10년이라니..


무엇보다도 빈티지한 사운드가 매우 인상적인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에 매우 관심이 많은 터라 기술적인 부분을 물어보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낮에 술없이 맹숭맹숭한 인터뷰를 하는 게 아쉬웠다. 어느 정도 성원이 차면 한번 나와 인연을 맺은 1981년생 닭띠 뮤지션들만 모아 술자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다만 소속사 안테나뮤직 측의 태도는 매우 짜증났다. 우선 인터뷰 전에 음원 및 앨범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직접 앨범 음원을 구입해 찾아 들어야 했다. 사전에 요청을 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인터뷰를 빙자해 앨범을 공짜로 받겠다는 심산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창작물을 공짜로 받는 게 싫어서, 나도 인터뷰를 할 때에는 내 소설책을 내 돈으로 구입해 뮤지션과 앨범을 늘 맞교환해왔다. 최근에는 나도 앨범을 발표하고 여기저기 활동 중이라 내 앨범을 인터뷰이의 앨범과 맞교환하고 있다. 인터뷰 전 소속사 측의 새 앨범 및 음원 전달은 기본적인 절차의 문제다. 시사회를 열지 않고 기사를 부탁하는 영화를 본 일 있는가? 


무엇보다도 인터뷰 자리 외에 소속 뮤지션을 향한 접근을 차단하려는 태도가 불쾌했다. 내가 해당 뮤지션을 스토킹할리도 없을뿐만 아니라, 나는 나와 인연을 맺은 뮤지션들의 일은 그 주변인들의 몫도 사소한 것까지 기사로 챙길 수 있는 것은 많이 챙겨주는 편이다. 철저히 관리 받는 아이돌들은 자칫 사소한 것들로 인해 오해에 휘말릴 수 있어 내가 알아서 선을 긋는다. 그런데 페퍼톤스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뮤지션이지, 말실수나 스캔들로 문제를 일으킬 어린 아이돌은 아니지 않나? 지난해 사운드홀릭이 자우림 인터뷰 건으로 기자들에게 장난질을 한 이후 가장 불쾌한 순간이었다(나는 그 이후 사운드홀릭과 관련된 그 어떤 뮤지션과 자료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아쉬울 때만 기자를 찾을 텐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10년 간 페퍼톤스라는 이름은 세련미와 등가였다. 페퍼톤스의 감각적이고도 청량한 사운드는 대중음악의 황금기인 90년대에 풍요로운 문화적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상회했다. 동년배들 사이에서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는 것은 음악을 좀 들을 줄 안다는 자부심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했다. 귀에 착착 감기는 진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줬던 페퍼톤스의 음악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시간은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청자를 무장해제 시켰던 페퍼톤스 역시 매 앨범마다 변화를 거듭했다. 특히 페퍼톤스가 지난 2012년에 발표한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은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신 밴드 사운드를 전진배치하고 재치 넘치는 가사 대신 내면에 집중하는 가사로 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초심’을 강조했던 페퍼톤스는 2년 만의 정규 앨범인 5집 ‘하이파이브(High-Five)’에선 음악적 접근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까지 근본으로 돌아가는 시도를 감행했다. 지난 18일 서울 신사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페퍼톤스의 멤버 신재평(기타)과 이장원(베이스)은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음악을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퍼톤스가 2년 만에 정규 5집 ‘하이파이브(High-Five)’를 발매하며 활동에 나섰다. 왼쪽부터 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신재평은 “매 앨범마다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고민해왔는데, 이번 앨범에선 일상을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이야기 해보고자 했다“며 “앨범 타이틀 ‘하이파이브’처럼 반갑게 만나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 아래에서 근래에 쓴 곡들을 중심으로 꽉 채워 앨범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출근길 지하철의 몽상을 그린 ‘굿모닝 샌드위치 맨’, 풋풋한 사랑을 바라보는 선망과 질투의 시선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캠퍼스 커플’, 연애의 어려움을 엄살을 더해 묘사한 ‘몰라요’ 등 3곡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영화 ‘족구왕’의 OST로 삽입된 ‘청춘’, 지난해 tvN 드라마 ‘연애조작단:시라노’ OST로 먼저 공개됐던 ‘뉴 챈스(New Chance!)’, ‘솔라 시스템 슈퍼 스타스(Solar System Super Stars)’, ‘스커트가 불어온다’ ‘파워 앰프(Poweramp!!)’, ‘패스트(FAST)’, ‘도시락’, ‘땡큐(Thank You)’ 등 14곡이 담겨 있다. 페퍼톤스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다양한 일상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농담처럼 풀어나간다. 전작에서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객원 보컬을 줄이고 대부분의 곡을 직접 불렀던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에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수록곡 전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신재평은 “대중이 기대하는 페퍼톤스의 음악은 밝고 경쾌한 음악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20대였던 시절에 만든 결과물들이고, 30대를 훌쩍 넘긴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들려줘야 할 음악은 조금 달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이를 먹을수록 음악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과거의 음악을 고집하기보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오며 나이를 먹어가는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장원은 “타이틀곡을 3곡이나 내세운 이유는 앨범에 실린 어떤 곡을 대중에게 들려줘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앨범에 많은 곡들을 담아낸 만큼 뮤직비디오도 총 11편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복고적인 질감의 밴드 사운드다. 탤레캐스터 특유의 까랑까랑한 기타 톤에 낡은 앰프가 더해지자 빈티지하면서도 개성적인 사운드가 완성됐다. 마이크를 멀리 떨어트린 채 오래된 드럼을 연주해 녹음하자 올드 록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탄생했다. 페퍼톤스는 믹싱 작업까지 참여하며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신재평은 “원래 편곡을 촘촘하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일부러 멋을 내기보다 단순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녹음에 임했다”며 “1960년대 녹음 방식을 따로 찾아 공부해가며 고전적인 방식에 따라 작업을 마쳤다. 그 결과 릴테이프을 이용한 아날로그 녹음 대신 디지털 녹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퍼톤스는 지난 2004년 미니앨범 ‘어 프리뷰(A Preview)’를 발매한 이래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활동 10주년을 맞는 소회를 묻자 신재평은 “데뷔 당시 목표는 야심차게도 ‘슈퍼밴드’였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리해보면 한국 대중음악사에 대단한 족적을 남긴 팀은 아니라고 본다”고 고백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중음악계에서 10년을 버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장원은 “팬들의 입장에선 우리의 음악적 변화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공연장에 와서 라이브를 접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무대 위에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페퍼톤스는 지난 16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클럽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대구 공연을 마친 페퍼톤스는 오는 23일 광주, 24일 대전, 30일 서울에서 투어를 차례로 이어갈 계획이다. 페퍼톤스의 클럽 투어는 올해로 3년째다.

페퍼톤스는 “오는 9월 렛츠락페스티벌, 10월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연말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방송은 여전히 낯설지만 기회가 된다면 낚시, 바둑, 골프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다. 전면에 나서서 존재감을 드러낼 자신은 없지만 옆에서 추임새로 웃길 자신은 있다”고 웃어보였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