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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10. 14.

음악 감상회에 참석한 뒤 장얼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고 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코멘트는 여기까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이번 앨범은 로큰롤의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3년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는 15일 정규 3집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일성은 음악적 초심을 향한 회귀였다. 지금까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둘러싼 담론은 늘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려 진지한 편이었다. ‘싸구려 커피’, ‘별일 없이 산다’ 등 히트곡은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전에 무방비로 사회에 내동댕이쳐지는 ‘88만원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나 유쾌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은 문제작이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3집 ‘사람의 마음’ 음악 감상회를 열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민기(기타), 하세가와 요헤이(기타), 장기하(보컬), 이종민(건반), 정중엽(베이스), 전일준(드럼). [사진제공=두루두루amc]


장기하와 얼굴들은 대중의 이 같은 과잉된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 듯 지난 2011년 작 정규 2집 ‘장기하와 얼굴들’에선 음악 자체에 집중했고, 이는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최우수 록 노래’ 등 4개 부문 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는 주변의 시선에 관계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앨범 음악 감상회를 마련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음악에 담기엔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말로 이번 앨범의 성격과 향후 밴드의 행보를 에둘러 밝혔다.

장기하는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어 모아 놓고 들여다보니 공통적인 주제가 사람의 마음이었다”며 “이번 앨범에는 지고지순한 마음, 파렴치한 마음, 불안한 마음 등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다양한 감정을 노래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사람의 마음’을 비롯해 CD에만 특별 수록된 ‘별 일 없었니’,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선공개돼 ‘막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내 사람’, 지난해 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과 손잡고 진행한 ’백지수표 프로젝트‘ 당시 공개했던 ‘좋다 말았네’, 전인권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 pt.2’ 등 13곡이 수록돼 있다. 이번 앨범은 CD와 디지털 음원의 트랙 리스트가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장기하는 “CD로 앨범을 구입한 분들은 영화를 보듯이 음악을 듣는 편이고, 디지털 음원으로 앨범을 구입한 분들은 처음부터 타이틀곡을 선택해 듣는 편이기 때문에 전자는 미괄식 후자는 두괄식으로 곡을 배치했다”며 “좋은 음질로 앨범을 듣고자 CD를 구입한 분들에겐 작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자 안부를 전하는 차원에서 ‘별 일 없었니’를 따로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강화된 밴드 사운드와 간결해진 곡의 구성이다. 또한 전작에서 일렉트릭 피아노에 페이저(원음에 위상을 변화시킨 간접음을 섞어 음의 깊이감을 더하는 기타 이펙터)를, 드럼연주에 플렌저(음의 위상을 시간적으로 지연시켜 페이저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기타 이펙터)를 더해 독특한 소리를 만들고 신시사이저로 멜로트론(건반마다 연결된 자기 테이프에 악기의 원음을 녹음한 형태의 악기로 60~70년대 프로그레시브록에 주로 쓰임)을 흉내 내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주목을 받았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번 앨범에선 실제 멜로트론을 일본에서 공수해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의 연주에 활용하는 등 전작의 시도를 이어갔다.


하세가와 요헤이(기타)는 “전작들의 성격이 장기하 ‘와’ 얼굴들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멤버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완전한 밴드를 이룬 느낌”이라며 “악기의 소리 하나하나가 잘 들리게 하고자 소리를 빼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이번 앨범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장기하는 “로큰롤의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고자 한 이유는 우리가 당시의 록 음악 ‘덕후’이고 또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당시보다 새로운 음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로망’이었던 음악을 본받고자 하는 시도는 지금으로선 꽤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하와얼굴들은 오는 23~26일과 10월 30~11월 2일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8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 11월 16일 대전 우송예술회관, 11월 22일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12월 6일 부산 소향시어터 롯데카드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장기하는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든 적은 없다”며 “그저 청자가 음악을 듣고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가지길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