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부르는 '퓨전'이라는 수식어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음악이 담긴 앨범이다.
타니모션 “소리 향한 호기심이 새로운 음악 세계로 이끌어”
지금까지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퓨전국악’이란 정체불명의 장르로 설명이 이뤄져 왔다. 이러한 시도를 벌여 온 뮤지션들의 이름 앞엔 해당 뮤지션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늘 ‘퓨전국악’이란 수식어가 달라붙었다. 첫 미니앨범 ‘Tan+Emotion’을 발매한 밴드 타니모션(Tanemotion) 역시 그러한 뮤지션들 중 하나이지만, ‘퓨전국악’이란 수식어로 스스로의 음악을 정의하는 일을 몹시 어려워했다. 낯선 소리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음악을 만든 동기였다는 타니모션의 대답은 ‘퓨전국악’이란 수식어보다 오히려 이들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타니모션의 멤버 연리목(건반ㆍ아코디언), 김소엽(태평소ㆍ피리ㆍ생황), 김슬지(아쟁), 서호덕(드럼)을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타니모션이 첫 미니앨범 ‘Tan+Emotion’을 발매했다. 왼쪽부터 멤버 서호덕(드럼), 김소엽(태평소ㆍ피리ㆍ생황), 김슬지(아쟁), 연리목(건반ㆍ아코디언), 김소진(보컬ㆍ기타). [사진제공=디오션뮤직]
▶ “우리의 음악은 ‘국악’이 아니라 그저 ‘음악’”=연리목은 “우리의 음악적 목표는 국악의 재해석 혹은 동ㆍ서양 음악의 조우가 아니라 국악기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들의 고유한 소리를 밴드로 끌어들여 우리만의 음악을 재창조하는 일”이라며 “사극의 배경음악으로 아이리시 휘슬(아일랜드의 전통 악기) 연주가 쓰이듯, 우리는 국악기를 전통적인 어법으로 되살려 계승하기보다 하나의 음악적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을 짧은 수식어로 정의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강렬한 연주로 ‘청배(무당굿에서 신령이나 굿하는 집안의 조상의 혼령을 불러 모시는 일)’를 다룬 ‘내려온다’를 비롯해 제주도 ‘칠머리당굿’의 한 부분을 차용하고 아라비아 풍의 처연한 멜로디와 블루스의 요소를 결합해 이별 후 혼자 남겨진 이의 슬픔을 표현한 ‘파도’, 무책임한 위정자들을 질타함과 동시에 작심삼일의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 ‘안 할 거면서’, 작자미상의 고시조를 현대적으로 풀이해 곡을 붙여 보편적인 사랑을 노래한 ‘정’, ‘내려온다’와 수미상관을 이루는 곡으로 8분의7박이란 낯설고 긴박한 리듬과 화려한 태평소 연주로 마음에 담긴 미운 것들을 쫓아 보내는 살풀이를 묘사한 ‘탄다, 타’ 등 5곡이 담겨 있다. 국악 전공자가 아닌 쏜애플, 홀로그램필름 등 주목 받는 젊은 밴드들의 앨범에 참여했던 서상은 프로듀서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아 눈길을 끈다. 또한 따로 퍼커션을 연주하는 멤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악기와 위화감을 드러내지 않는 드럼 연주도 인상적이다.
연리목은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 중 일부는 완성된 지 3~4년가량 지난 곡들도 있어서 멤버들이 앨범을 객관적으로 개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우리의 음악을 국악이 아닌 그저 하나의 음악으로 바라봐주길 바랐기 때문에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프로듀싱을 맡겼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고 또 즐거웠던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 낯선 것들의 조우가 이뤄낸 음악적 시너지=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음악만큼이나 멤버들의 면면 또한 다채롭다. 서양 고전음악 작곡을 전공한 연리목은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멤버로 익숙한 얼굴이다. 판소리를 전공한 보컬 김소진은 판소리극 ‘사천가’의 여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탔다. 서호덕은 타니모션 활동 전까지 주로 재즈와 록을 연주해왔고, 김슬지와 김소엽은 전형적인 국악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연주자들이다. 타니모션은 상상하기 어려운 멤버들의 조합으로 지난 2011년 신진국악예술무대 ‘천차만별콘서트’ 우수상,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은상, 2013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대상 등을 수상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김슬지는 “국악은 단선율을, 서양음악은 화음을 연주하는데 이 둘의 결합하려는 시도는 자신의 전공 음악을 답습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지금까지 전통적인 국악만을 접해 온 터라 타니모션을 통해 음악을 즐겁고 새롭게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서호덕은 “국악의 리듬에 드럼 연주를 맞춰보려고 노력하니 밥에다 콜라를 말아먹는 듯한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자연스러운 연주가 나오고 음악과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멤버들이 자신의 악기를 이용해 최대한 신나게 연주하는데 집중하고 그 결과 조금 더 깊은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니모션은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악기의 개량을 꼽았다. 김소엽은 “현실적으로 대중음악은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하는데 한국의 전통악기는 개량이 잘 이뤄져 있지 않아 대중음악에선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악기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만 사라져도 국악의 대중화는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 라이브 무대 꿈 꿔”= 타니모션은 오는 12월 6일 서울 서교동 클럽 ‘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인다. 이에 앞서 타니모션은 17일 오후 6시 50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돌담길 프로젝트’ 무대에 오르고, 11월 8일에는 성북동 삼청각 누리마당에서 콘서트를 마련할 예정이다.
타니모션은 “기회가 된다면 꼭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보고 싶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서도 우리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며 “‘슈퍼볼(미국 프로미식축구 NFC 우승팀과 AFC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 결정전으로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꼽힌다)’ 하프타임 무대에도 우리의 음악이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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