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눈코'답지 않게 편안하게 들리다가 들으면 들을 수록 서늘한 느낌을 주는 앨범.
피상적인 이미지에 매몰돼 지나칠 앨범이 아니다. 강추!!
눈뜨고 코베인 “뭉뚝한 송곳이 더 고통스러운 법”
기사입력 2014-11-21 11:25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세상에서 ‘나’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나’를 대체할 누군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 역시 슬픈 현실이다. ‘나’의 자리가 회사에서 사라지더라도 회사는 별 탈 없이 잘 굴러갈 것이며, ‘나’라는 이름이 세상에서 지워지더라도 하늘은 여전히 푸를 테니 말이다.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정규 4집 ‘스카이랜드(Skyland)’는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차분한 어조로 노래한다.
눈뜨고 코베인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벽장에 감춘 어머니, 고속도로에 사는 원숭이, 우주 최고의 섹시 금붕어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환상을 태연하게 버무려내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밴드다. 눈뜨고 코베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인 가족과 뜬금없어 보이는 외계인을 매개로 비틀린 세상을 다소 괴이하고도 우습게 꼬집어 왔다. 새 앨범의 주제 역시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표현 방법이 편안해지고 가독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더 서늘해졌다. 앨범 재킷에 실린 쥐를 닮은 마스코트의 아래를 굽어보는 눈빛이 음산하다. 눈뜨고 코베인의 멤버 깜악귀(보컬), 최영두(기타), 슬프니(베이스), 연리목(키보드)을 지난 13일 서울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깜악귀는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 한 세상은 잘 돌아가고, 사람들의 고통과 상관없이 구름 위 하늘은 늘 푸르다”며 “앨범 타이틀 ‘스카이랜드’는 저 멀리 보이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천국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밝혔다.
눈뜨고 코베인은 인디 신에선 보기 드물게 산울림, 송골매 등 70~80년대 한국 록의 영향을 받은 음악적 어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정규 1집 ‘팝 투 더 피플(Pop to The People)’, 2집 ‘테일즈(Tales)’, 3집 ‘머더스 하이(Murder’s High)’ 등 전작 모두 모두 한국대중음악상의 선택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터이다. 눈뜨고 코베인은 그간 선보인 음악에서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비중을 줄이고 팝적인 요소와 멜로디를 채워넣었다. 음악적 변화는 2곡의 타이틀곡에서 확연히 감지된다. 타이틀곡 ‘퓨처 럽(Future Luv)’은 뉴웨이브록 사운드에 SF적인 설정을 가미한 곡으로 눈뜨고 코베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형의 음악이다. 앨범 발매 전 음악 감상회를 통해 팬들로부터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스카이워커’는 밴드 최초로 발라드의 서정적인 면을 강조한 곡이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뭉뚝한 송곳’이라고 보기에 날카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경쾌한 연주로 진행되는 ‘우리 집은 화목한데’는 실패한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 자살한 삼촌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후렴구가 장난처럼 들리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세 번 울린다’는 빚쟁이에 쫓기는 급박한 처지를 묘사한 곡이다. ‘캐모플라주’는 개성이 더 이상 축복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체념을 노래한다. 심지어 ‘스카이워커’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연인의 동반자살을 암시하고 있다.
깜악귀는 “부당한 것을 향해 시위라도 할 수 있는 집단은 최소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는 비명조자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며 “이 앨범의 화자는 절망적인 현실을 억지로나마 조증으로 극복하려는 존재다. 주제의 음산함을 가려보고자 전체적인 사운드를 ‘우유빛깔’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사회는 ‘살기 힘들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구성원들을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제거하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세상의 멸망을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현재의 사회와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눈뜨고 코베인은 오는 20~21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뉴 이어 월드 락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다음 달엔 멤버 연리목의 순산을 기원하는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가족’과 ‘외계인’은 눈뜨고 코베인의 상징과도 같은 주제이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주제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깜악귀는 “‘가족’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우주”라며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 우주의 외계인과 병원의 부모님이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촌철살인의 우문현답이었다.
123@heraldcorp.com
눈뜨고 코베인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벽장에 감춘 어머니, 고속도로에 사는 원숭이, 우주 최고의 섹시 금붕어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환상을 태연하게 버무려내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밴드다. 눈뜨고 코베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인 가족과 뜬금없어 보이는 외계인을 매개로 비틀린 세상을 다소 괴이하고도 우습게 꼬집어 왔다. 새 앨범의 주제 역시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표현 방법이 편안해지고 가독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더 서늘해졌다. 앨범 재킷에 실린 쥐를 닮은 마스코트의 아래를 굽어보는 눈빛이 음산하다. 눈뜨고 코베인의 멤버 깜악귀(보컬), 최영두(기타), 슬프니(베이스), 연리목(키보드)을 지난 13일 서울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눈뜨고 코베인이 정규 4집 ‘스카이랜드(Skyland)’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슬프니(베이스), 연리목(키보드), 깜악귀(보컬), 최영두(기타), 김현호(드럼). [사진제공=붕가붕가레코드]
깜악귀는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 한 세상은 잘 돌아가고, 사람들의 고통과 상관없이 구름 위 하늘은 늘 푸르다”며 “앨범 타이틀 ‘스카이랜드’는 저 멀리 보이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천국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밝혔다.
눈뜨고 코베인은 인디 신에선 보기 드물게 산울림, 송골매 등 70~80년대 한국 록의 영향을 받은 음악적 어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정규 1집 ‘팝 투 더 피플(Pop to The People)’, 2집 ‘테일즈(Tales)’, 3집 ‘머더스 하이(Murder’s High)’ 등 전작 모두 모두 한국대중음악상의 선택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터이다. 눈뜨고 코베인은 그간 선보인 음악에서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비중을 줄이고 팝적인 요소와 멜로디를 채워넣었다. 음악적 변화는 2곡의 타이틀곡에서 확연히 감지된다. 타이틀곡 ‘퓨처 럽(Future Luv)’은 뉴웨이브록 사운드에 SF적인 설정을 가미한 곡으로 눈뜨고 코베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형의 음악이다. 앨범 발매 전 음악 감상회를 통해 팬들로부터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스카이워커’는 밴드 최초로 발라드의 서정적인 면을 강조한 곡이다.
전작보다 덜 난해한 가사를 쓴 이유에 대해 깜악귀는 “과거와 같은 어법을 사용해 내놓는 앨범은 전혀 새로운 앨범이 아니다. 굳이 가사에 난해한 언어로 많은 것을 담아내기보다 앨범 전체적인 느낌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이 앨범은 덜 공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통을 당할 때엔 훨씬 더 고통스러울지 모를 뭉뚝한 송곳을 닮았다”고 답했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뭉뚝한 송곳’이라고 보기에 날카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경쾌한 연주로 진행되는 ‘우리 집은 화목한데’는 실패한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 자살한 삼촌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후렴구가 장난처럼 들리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세 번 울린다’는 빚쟁이에 쫓기는 급박한 처지를 묘사한 곡이다. ‘캐모플라주’는 개성이 더 이상 축복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체념을 노래한다. 심지어 ‘스카이워커’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연인의 동반자살을 암시하고 있다.
깜악귀는 “부당한 것을 향해 시위라도 할 수 있는 집단은 최소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는 비명조자 지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며 “이 앨범의 화자는 절망적인 현실을 억지로나마 조증으로 극복하려는 존재다. 주제의 음산함을 가려보고자 전체적인 사운드를 ‘우유빛깔’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사회는 ‘살기 힘들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구성원들을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제거하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세상의 멸망을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현재의 사회와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눈뜨고 코베인은 오는 20~21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뉴 이어 월드 락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다음 달엔 멤버 연리목의 순산을 기원하는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가족’과 ‘외계인’은 눈뜨고 코베인의 상징과도 같은 주제이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주제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깜악귀는 “‘가족’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우주”라며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 우주의 외계인과 병원의 부모님이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촌철살인의 우문현답이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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