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아저씨' 이번 앨범 쩌네...
겨울엔 역시 '쌀'이로구나.
데미안 라이스 “세상에 내 그대로의 모습 보이고 싶었다”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가 무려 8년 만에 신보이자 정규 3집인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MyFavourite Faded Fantasy)’을 발표했다. 2001년 싱글 ‘더 블로어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로 솔로로 데뷔해 아일랜드 특유의 서정성을 띤 포크록으로 반향을 일으킨 그는 2003년 정규 1집 ‘오(O)’, 2006년 2집 ‘나인(9)’을 발매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누구보다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던 그는 신보를 유통하는 워너뮤직을 통해 가진 인터뷰에서 길었던 공백기의 원인을 성공 이후 찾아온 심적 방황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마주했고, 모든 것이 완벽하고 좋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조금씩 바스러지고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순식간에 매우 불행해졌고 끝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가라앉았습니다. 내가 갖고 싶다고 여겼던 것들을 모두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죠. 그건 정말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이었습니다. 거의 심적으로 무너져 있던 상태였죠.”
라이스의 방황은 처음이 아니다. 데미안 라이스는 10대 때 록밴드 주니퍼(Juniper)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해 유명세를 탔지만 대중성을 가진 음악을 원했던 소속사와 마찰을 일으켜 밴드를 탈퇴한 뒤 유럽을 여행하며 거리공연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농사를 지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공 이후 공허함을 느낀 그는 2집 투어를 끝낸 후 단 2개의 여행 가방만을 둘러맨 채 여행을 다녔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이번 앨범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곳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몇 년 동안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것은 ‘배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을 배운 것이죠. 그렇게 몇 년을 흘려보낸 어느 날 보니 내가 더 이상 앨범을 만드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있더군요. 순간 그 자리에 몇 분을 우두커니 서서 내 임종을 상상해봤습니다. 지금부터 내게 허락된 시간이 단 1시간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입니다. 그때 앨범을 조금 더 많이 팔고 적게 팔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적어도 죽기 전에는 세상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극적인 오케스트라 연주가 인상적인 곡으로 지난 9월 싱글로 선공개된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My Favourite Faded Fantasy)’, 공식 첫 싱글인 ‘아이 돈트 원드 투 체인지 유(I Don’t Want To ChangeYou)’, 9분여의 대곡 ‘잇 테이크스 어 랏 투 노 어 맨(It Takes a Lot ToKnow a Man)’,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먼저 공개된 ‘더 그레이티스트 배스터드(The Greatest Bastard)’ 등 8곡이 수록돼 있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이번 앨범에 대해 “예술, 개성 그리고 존재감의 완벽한 패키지”라고 호평했다.
라이스의 복귀를 도운 일등공신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노장 릭 루빈(Rick Rubin)이었다. 루빈은 라이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대신 가만히 앉아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며 창작 의지를 되살렸다.
“루빈은 내가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도와준 사람입니다.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혼자 작업을 시작하고 곧 그만두는 일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길을 잃었고 내가 해 온 모든 것을 믿지 못했는데, 루빈과 함께 한 뒤 모든 것이 단순해졌고 내 마음도 진정됐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탓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곡을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곡을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욕하고 싶지 않아요.”
앨범 타이틀에 드러난 ‘빛바랜 환상(Faded Fantasy)’은 음악적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을 의미하는 것일까. 길었던 라이스의 방황은 해니건 때문이었던 걸까. 답을 알 길은 없지만, 전작에서 객원보컬로 함께 했던 해니건의 부재는 라이스의 덤덤한 목소리에 왠지 모를 쓸쓸함을 더한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나보다 나를 더 괴롭힐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했죠. 난 변하고 싶었고, 그 변화는 몇 년에 걸쳐 나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끝냈을 때, 비로소 난 세상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렇게 시작됐죠.”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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