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여름을 닮아갈 때엔 역시 거리에서 이팝나무 하얀 물결을 즐기는 일이 최고!
이팝나무는 역시 대전이 최고!
<식물왕 정진영> 16. 보기만 해도 배가 절로 부르는 ‘이팝나무’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꽃 앞에 붙는 가장 흔한 수사는 ‘아름다운’일 것입니다. 가장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의 방증이겠죠. ‘멋있는’ ‘예쁜’ ‘매력적인’ 같은 수사도 있지만, 꽃 앞에는 역시 ‘아름다운’이란 형용사가 제격입니다.
하지만 이 꽃 앞에는 ‘아름다운’이란 수사를 붙이기가 난감합니다. 차선책으로 ‘아름다운’을 ‘멋있는’ ‘예쁜’ ‘매력적인’으로 대신해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꽃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듯합니다. 꽃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배가 부르는 듯하다니 황당하죠? 황당함은 이 꽃의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 곧 탄성으로 바뀔 겁니다. 이 꽃은 정말 흰쌀밥을 닮았거든요. 가지마다 마치 쌀밥을 수북이 뭉쳐놓은 듯 피어난 탐스러운 하얀 꽃. 이 꽃의 이름은 이팝나무꽃입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촬영한 이팝나무.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팝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는 봄이 여름으로 넘어가는 팔부능선 쯤입니다. 이팝나무는 보통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입하목이라고도 부른다지만, 입하목보다는 역시 이팝나무란 이름에 더 마음이 갑니다. 은은하게 멀리 퍼져나가는 꽃향기도 밥 짓는 냄새 같아 정겹고요.
꽃을 피우는 모습이 모습인지라, 옛사람들은 이팝나무로 그해 벼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합니다. 또한 옛사람들은 이팝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어 이팝나무를 신목(神木)으로 받들기도 했다는군요. 꽃이 오랫동안 풍성하게 피면 그만큼 땅에 물이 풍부하다는 뜻이니 옛사람들의 소박한 믿음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주로 관상목이나 땔감으로 이용됐던 이팝나무는 최근 들어 가로수로 각광받으며 우리에게 익숙해졌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1309개 노선에 29만 3389그루의 가로수가 식재돼 있습니다. 그중 이팝나무는 1만 1846그루로 은행나무(11만 4060그루), 버즘나무(7만 121그루), 느티나무(3만 2959그루), 왕벚나무(2만8543그루)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가로수종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로는 은행나무보다 적죠. 하지만 지난 2004년 기준 11만 6628그루였던 은행나무가 지난 10여 년 동안 2만 그루 이상 감소한 반면, 당시 기록에도 없었던 이팝나무는 1만 그루 이상 식재됐으니 괄목할만한 일입니다.
이팝나무는 공해와 병충해에 강할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처럼 가을에 열매로 고릿한 냄새를 풍기지도 않습니다. 이팝나무가 가로수종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이해할만합니다. 덕분에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곳곳의 도로가 하얀 꽃물결로 넘실거리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오월의 눈꽃’ 이팝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꽃향기를 맡으면 ‘벚꽃엔딩’의 아쉬움은 금세 옛이야기처럼 아득해집니다.
5월에 이팝나무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기자의 고향이기도 한 대전입니다. 고향 자랑이 팔불출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맘 때 대전만큼 이팝나무가 절정인 지역도 없습니다. 마침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 유성온천과 인근 갑천변에서 ‘2015 유성온천문화축제’가 열린다는군요.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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