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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리스트] 생생하게 꿈뜰거리는 소리들…박물관은 살아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8. 18.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역사적인 음향장비 명기들이다.

나는 킹 크림슨의 'Epitaph'의 멜로트론 연주가 뭉개짐 없이 생생하게 재생되는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하겠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8월 18일자 24면 사이드에 실린다.


[WOW리스트] 생생하게 꿈뜰거리는 소리들…박물관은 살아있다.

[헤럴드경제(경주)=정진영 기자] 1936년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이 제작한 거대한 미로포닉(Mirrorphonic) 스피커에 전원이 들어왔다. 턴테이블 위에 영국 출신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록 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1969년 데뷔 앨범 ‘인 더 코트 오브 더 크림슨 킹(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LP 초판이 올랐다. 이어 스피커를 통해 이 앨범의 수록곡 ‘에피타프(Epitaph)’가 흘러나왔다. 소리가 정면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며 온몸을 감쌌다. ‘에피타프’를 상징하는 웅장한 멜로트론(건반마다 연결된 자기 테이프에 악기의 원음을 녹음한 형태의 악기로 60~70년대 프로그레시브록에 주로 쓰임) 연주가 뭉개짐 없이 생생하게 스피커를 통해 재생됐다. 2015년 여름에 반세기 전의 명곡을 80년 전 음향장비로 감상하는 일은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1929년에 발표된 한국 최초의 창작가요인 이정숙의 ‘낙화유수’ 유성기 음반부터 2012년 전 세계를 휩쓴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정판 LP에 전설적인 음향장비까지. 지난 4월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에서 개관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한국 대중음악사 100년과 역사적인 음향장비들을 한 자리에서 돌아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전문 전시 공간이다. 박물관은 총 3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층당 규모는 1091㎡(330평)이다. 

박물관 내 전시물은 원통형 유성기부터 SP, LP, 카세트테이프, CD까지 약 7만여 점에 달한다. 이중 엄선된 1000여 점의 유성기 음반, 7인치 싱글, 10~12인치 LP 등의 자료들은 2층 상설 전시실에서 연대기 순으로 전시돼 있다. 한국 대중가요의 효시로 꼽히는 1925년 안기영의 ‘내 고향을 이별하고’와 박채선과 이류색의 ‘이 풍진 세월(희망가)’,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 30~40년대 대중음악인들의 활동상을 담은 자료부터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인터뷰 육성이 담긴 유성기 음반 등 높은 학술적 가치를 가진 희귀 전시물들이 즐비하다. 


3층의 오디오관에선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 16A와 미로포닉 시스템, 자이스콘, 프로페셔널 오토그래프 등 역사적인 명품 음향기기들을 볼 수 있다. 시청각실에선 한국대중음악의 중요한 음반과 영상자료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1층에는 초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카페가 마련돼 있으며, 야외에는 약 1500㎡ 규모의 데크형 공연장이 갖춰져 있다. 또한 박물관의 주변에는 다양한 숙박시설과 명승고적, 놀이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을 겸할 수도 있다.


고종석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무국장은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K팝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자리하고 숨을 쉬는 곳”이라며 “인디 음악부터 재즈와 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보문관광단지와 가까워 관광을 겸해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단체 10인 이상 관객과 경주 시민에겐 2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관람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휴무이다. 문의는 (054) 776-5502.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