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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비누아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의 현실을 노래하고 싶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8. 21.

하비누아주의 첫 정규앨범 '청춘'은 지난 상반기에 내가 들은 최고의 팝 앨범이었다.

앨범 발매 직후 만났어야 했는데 내가 게을렀다.

이 대단한 앨범이 그 어떤 기획사의 후광 없이 발매돼 매체들의 반응이 잠잠하다.

그동안 몇몇 기획기사를 통해 하비누아주에 대해 떠들어왔지만, 앞으로도 더 떠들어줄 생각이다.

장담하긴 이르지만 이 앨범은 2015년 한 해 동안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힐 것이다.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8월 24일 25면 톱에도 실린다.


하비누아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의 현실을 노래하고 싶었다”

[HOOC=정진영 기자] 과거 낭만의 언어였던 ‘청춘’은 이제 우울의 표상이다. ‘청춘’이란 단어의 어감은 이제 희망보다 절망에 가깝다.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매년 악화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청춘들이 자의반타의반 사회진출을 유예한 채 자라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제 꿈을 좇는 일은 정말 꿈같은 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내일의 밥을 보장해주지 않는 ‘열정페이’와 불안정한 일자리 앞에서 청춘들이 처음과 같은 열정을 지속할 순 없으니 말이다. 2015년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지상 최대 과제는 ‘생존’이다. 밴드 하비누아주의 첫 정규앨범 ‘청춘’은 지친 청춘들의 일상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러나 가슴 아리게 들려준다.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하비누아주의 멤버 전진희(피아노ㆍ작곡), 뽐므(보컬ㆍ작곡), 심영주(베이스)를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하비누아주가 첫 정규앨범 ‘청춘’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멤버 전진희(피아노), 박찬혁(기타), 뽐므(보컬), 심영주(베이스). [사진 제공=팀 카페토]


뽐므는 “청춘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데, 이를 밝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다소 진부한 제목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청춘하면 흔하게 떠올리는 낭만적인 이미지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어 ‘청춘’을 앨범 제목으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바람 부는 날’ ‘별빛도 보이지 않는’ ‘청춘’ 등 타이틀곡 3곡을 비롯해 ‘이 밤이 지나면’ ‘침묵’ ‘사월의 어느 밤’ ‘구질구질한 노래’ ‘비와 그대와 상실과’ ‘두통’ ‘오늘도 추억의 한 조각이 되겠지’ 등 11곡이 담겨 있다. 앨범 트랙리스트 가운데에 놓인 연주곡 ‘사월의 어느 밤’을 기준으로 전반부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곡들이, 후반부에는 차분한 색깔의 곡들이 실려 있어 감상의 완급을 조절한다.

타이틀곡을 3곡이나 내세우고 앨범 전반부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전진희는 “각각 다른 장르와 분위기를 가진 3곡을 통해 하비누아주가 단순히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만을 들려주는 밴드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비누아주는 청춘들의 방황을 직접적인 언어 대신 시를 닮은 언어로 짚어나간다. 이번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청춘’은 그 대표적인 곡이다. ‘청춘’의 “이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같은 가사는 자아실현은커녕 생존이 최고의 목표가 돼 버린 청춘들의 슬픔을, “큰 다리를 건너는 그림자를 봤어/그 언젠가 어둡고 황량한 길에서/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달리던 커다랗고 거친 나의 슬픔을” 같은 가사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은유한다.

전진희는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앨범을 만들다보니 멤버들 모두 각자 지나친 혹은 지나고 있는 시간들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며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다”고 전했다. 


하비누아주는 지난 2010년 전진희와 뽐므를 중심으로 결성, 이듬해 KBS 2TV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 시즌1에서 16강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비누아주가 지난 2012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하비누아주의’와 2013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겨울노래’는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는 가운데에서도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줬던 수작이었다. 첫 정규앨범인 이번 앨범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강조된 밴드 사운드이다. 다소 간결한 편곡을 들려줬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밴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사운드의 부피를 키운 것이 특징이다.

전진희는 “하비누아주는 뽐므와 나의 듀오로 시작해 밴드로 확장됐기 때문에, 밴드로 활동하면서도 밴드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앨범은 확실하게 하비누아주가 밴드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편곡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뽐므는 “과거 ‘톱밴드’와 다양한 신인 발굴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우리가 잘 하는 음악을 들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앨범에는 그런 깨달음에 충실한 음악들을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하비누아주는 오는 26일 서울 홍대 앞 클럽과 공연장 전역에서 열리는 ‘홍대페스트’에 참여해 폼텍웍스홀에서, 9월 11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카페 벨롱에서 공연을 벌인다. 또한 하비누아주는 오는 10월 17~1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전진희는 “1년에 한 번씩 벌이는 뽐므와 듀오 공연을 계획 중”이라며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빠진 곡들을 미니앨범이나 싱글로 발표할 계획이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