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이명' 필자로 만난 11번 째 뮤지션은 김준원 형님이다.
이 앨범에는 이 형님의 나이로 상상하기 어려운 세련된 음악이 담겨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좋은 뮤지션은 결코 쉽게 나이가 들지 않는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는 꽤 됐는데, 본업이 바빠 이제야 정리를 마쳤다.
형님의 솔로 활동이라는 새로운 음악인생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며...
인터뷰 원문은 링크(http://diffsound.com/%EC%A4%80%EC%9B%90-%EC%82%AC%EB%9E%91%EA%B3%BC-%EC%84%B9%EC%8A%A4%EB%A5%BC-%ED%8F%AC%EA%B8%B0%ED%95%98%EA%B3%A0-%EC%82%AC%EB%8A%94-%EC%82%B6%EC%9D%B4-%EA%B1%B4%EA%B0%95%ED%95%9C-%EC%82%B6%EC%9D%B8/) 참조
준원 : 사랑과 섹스를 포기하고 사는 삶이 건강한 삶인가?
김준원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가? 당신이 이 이름을 듣고 밴드 글렌체크의 멤버부터 떠올린다면 신세대이고, 밴드 H2O의 멤버를 떠올린다면 ‘아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것이 시간을 뺏기지 않는 길이겠지만, 이참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이 인터뷰가 다룰 김준원은 후자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들려줬던 음악은 ‘아재’ 감성과는 꽤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흥미로우니 말이다.
김준원은 한국 헤비메탈의 태동기인 지난 1986년 H2O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했다. 그런데 H2O가 들려준 음악은 다른 헤비메탈 밴드들과 비교해 사뭇 달랐다. 데뷔 싱글 [멀리서 본 지구]와 첫 정규 앨범 [안개도시]는 당시 전 세계를 풍미했던 뉴웨이브의 영향이 짙은 작품이었다. 또한 H2O가 1992년에 발표한 2집 [걱정하지마]와 1993년에 발표한 3집 [오늘 나는]은 한국에 모던록이라는 장르가 대중화되기 전에 완성형에 가까운 모던록을 들려줬던 문제작이었다(3집의 수록곡 ‘고백을 하고’를 들으면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확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김준원은 늘 유행의 첨단에 위태롭게 서 있던 인물이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준원이 최근 데뷔 30년 만에 준원(JUNON)이라는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 [JUSSEX]를 발표했다. 이 바닥에서 그보다 나이를 더 먹은 뮤지션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재’ 감성의 음악을 생각했다면, 이 앨범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뉴웨이브 감성에 현대적인 편곡이 결합된 꽤 멋진 앨범이니 말이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반도의 흔한 ‘아재’처럼 중언부언하지 않았다.
데뷔 후 첫 솔로 앨범이다. 간단한 소감을 듣고 싶다.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지난 30년 동안 몇 번이나 계획을 했었는데 이제야 결과물이 나왔다. 행복하다
[JUSSEX]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앨범 타이틀은 ‘저스트(Just)’와 ‘섹스(Sex)’를 합쳐서 만든 단어이다. 사람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랑과 섹스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초반 남자들 중 30%가 성경험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은 오늘날 외로운 젊은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인생 선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정취는 뉴웨이브이다. 당신은 H2O로 활동하며 진보적인 음악을 선보였지만, 김준원하면 여전이 많은 이들이 뉴웨이브 뮤지션보다는 좁은 의미의 ‘로커’를 떠올린다. 당신에게 뉴웨이브는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는 뉴웨이브도 록이다. 사실 30년 전 H2O로 데뷔했을 당시에도 뉴웨이브 일렉트로닉 록을 들려주려고 했었다. 멤버들과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결국 하드록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들려줄 음악도 결국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또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내 보컬에도 잘 맞다.
이 앨범은 앨범 타이틀 [JUSSEX]와 동명인 뮤지컬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프롤로그(Prologue)’는 제목 그대로 뮤지컬의 화자가 작품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 드림 어게인(Day Dream Again)’은 우리나라 가요계의 아티스트(특히 아이돌) 대부분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것에서 착안한 곡이다. 인기가 식은 아티스트는 어떤 형태로든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뮤지컬 주인공처럼. ‘드라이투(Dry2)’와 ‘다시 만나자’는 외로운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더 만지고, 얘기하고, 사랑하고, 울고 웃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저섹스(Jussex)’는 외로운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 곡이다. ‘혼잣말(Monologue)’은 지난 1998년 뮤지컬 ‘하드록카페’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 여주인공 ‘지원(최정원 분)’의 테마로 쓴 곡으로, 더 이상 곁에 없는 사람들을 그리는 곡이다.
닥터레게의 김장윤과 함께 H2O를 만들었던 장화영이 참여한 ‘저섹스’ 리믹스 버전이 앨범 말미에 담겨 있다. 원곡과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이밖에도 김명환(프로그램, 피아노, 신시사이저), 노병기(기타), 뮤지컬 배우 정영주(코러스)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앨범 제작을 도왔다.
이번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특징은 젊다는 것이다. 음악적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느낌이 맞는다면 나이를 초월해 누구든 만난다. 특히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내게 항상 좋은 에너지를 준다. 그들이 춤추는 모습을 그리며 빠른 곡들을 만들고,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느린 곡들을 만든다.
이번 앨범을 소셜 펀딩으로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면 제작비 지원이 없는 세상이다. 앨범을 제작하려면 결국 누군가가 제작비를 지원해줘야 한다. 이왕이면 선주문 형식의 후원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 전체의 수록곡을 편곡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김명환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인연으로 이번 앨범에 참여하게 됐는가?
‘저섹스’를 리믹스 한 김장윤의 소개로 만났다. 서로 긴 이야기를 나눠 보진 않았지만, 그가 엄청난 감성을 가진 재주꾼임은 틀림없다. 라이브 음향기사를 꿈 꾸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원맨 스튜디오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음악 일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어떤 작품을 구상 중인가?
현재 대본 작업 중이다. 완전히 한물 간 뮤지션이 한 여인을 만나 다시 희망을 살린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앨범의 음원은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스트리밍이 대세인 세상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유의 전부이다.
최근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솔로 앨범 활동을 할 계획인가?
꾸준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틈나는 대로 밴드로 공연을 열 것이다. SNS 방송을 통해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더 이상 TV, 라디오 등 기존 매체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솔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H2O는 늘 당신의 분신처럼 여겨진다. 앞으로 H2O로는 어떤 활동을 보여줄 계획인가?
현재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하지만 멤버들은 나의 영원한 형제들이다. 좋은 기회가 마련되면 특별무대 형식으로 공연을 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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