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국토종주/영산강 자전거길 종주(2017)

(2017.10.05~06) 영산강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7. 10. 8.

이번 추석 연휴는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장기간 연휴였다.

나는 이번 추석 연휴에 영산강 자전거길을 달려 4대강 자전거길 종주를 마치고 섬진강 자전거길까지 종주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이유는 나중에 밝힐 예정) 때문에 섬진강 코스를 제외하고 영산강 코스만 달리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문제는 날씨와 영산강 자전거길 코스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하필 내가 여행을 떠나는 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떴다.

게다가 세종시에서 영산강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담양댐까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한 다음에 다시 담양 금성면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에서 광주로 가는 첫차를 타도 담양댐에 도착하면 오후 2시 가까이 될 듯했다.

광주에서 담양 금성면으로 가는 버스는 많았다.


5일 오후, 추석 연휴에 이런저런 큰일을 마친 나는 광주로 가기 위해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일단 광주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란 판단이 섰다.




세종버스터미널로 향하기 전에 찰칵.





세종버스터미널은 집에서 약 4km가량 떨어져 있어 자전거로 가는 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터미널 근처에 흐르는 금강.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날은 몹시 흐렸다.






생전 처음 광주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었다.





세종에서 광주까진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버스에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광주는 비로 나를 맞아줬다.

나는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모텔에 짐을 풀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6일 오전, 내 바람은 당연히 깨졌다.

새벽 6시쯤에 일어난 나는 비가 잦아들기만 바라며 3시간 가까이 창밖을 바라봤는데,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어차피 맞을 비라면 굳이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산강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담양댐은 금성면 정류장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 있다.

버스는 약 1시간 정도 달려 담양군 금성면에 도착했다.





가을에는 역시 구절초.





정류장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담양댐 인증센터가 나온다.

 




길가 곳곳에 양대콩꽃이 피어있었다.




영산강 자전거길 초입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자전거길에 우레탄 포장을 한 것은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란 말인가.

바퀴가 길에 스며들어 페달을 밟는 족족 힘이 빠졌다.

길가 옆으로 '슬로시티'라는 슬로건이 보였다.

슬로건에 잘 어울리는 길이었다.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니 말이다.






담양댐 인증센터에 도착!

세종시에서 길을 떠난지 무려 20시간 만에 이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1km 가량 오르막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담양호가 나온다.

코스와는 상관없는 곳이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담양호를 구경하러 페달을 밟았다.






별로 볼 게 없었다.

괜히 힘 써서 올라왔다 싶었다.





또 뱀을 만났다. 

이제 자전거 종주 중에 뱀을 안 만나면 서운할 정도다.

그동안 자전거 종주 중 만난 녀석 중 가장 긴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좁은 길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죽었나 살았나 알 수 없었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고 갓길로 녀석을 비껴서 지나갔다.







두 번째 인증센터가 위치한 메타세쿼이아길에 도착.

워낙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잠시 들어가서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했는데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고민 끝에 입구의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영산강자전거길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노면 상태가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담양군 구간은 관리가 엉망인 구간이 많아서 국도를 타는 게 훨씬 편한 구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담양군 이후 구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인 수준을 따지면 오히려 금강 구간보다도 나았다.

아무래도 구간의 초입에서 받은 나쁜 첫인상이 라이더들에게 끝까지 남아 명성(?)을 얻은 듯하다.






담양군 구간은 비포장도로가 적지 않다.

천연기념물인 '관방제림' 구간도 그랬다.





말로만 듣던 죽녹원을 스쳐서 지나갔다.

이곳을 스쳐 지나갈 때 빗줄기가 몹시 굵어졌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페달을 멈추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곳 부근에는 국수거리가 있었다.







비가 오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국수거리를 찾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멸치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가격은 4000원.

깔끔한 육수와 소면. 다들 잘 아는 그 국수맛이다.

특별할 건 없었다.





강변 곳곳에 많은 강태공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나무의 고장 답게 곳곳에 대나무가 늘어선 구간도 많았다.





드디어 광주 진입!




담양 대나무숲 인증센터는 다소 황당한 곳이었다.

이 곳은 광주인데다 근처에 대나무숲도 없는데 왜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전거길 인증센터 중 상당수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증도장 스탬프가 말라붙기 직전인 곳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영산강 자전거길 인증센터에는 누군가가 자비로 비치한 스탬프가 자리잡고 있었다.

고마웠다.





광주로 들어오자 노면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광주시가 관리를 잘 하고 있는 듯하다.





한강 자전거길 서울 구간이 아닌 이상 자전거길에서 가게를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허기가 질 때마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훈제계란을 하나씩 먹었다.





비에 젖은 벌개미취.






네 번째 인증센터가 위치한 광주 승촌보에 도착.





승촌보에서 조금만 더 달리면 나주시가 나온다.





죽산보까지 가도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영산강 자전거길을 달리기 전에 반드시 들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영산포 홍어의 거리!

승촌보와 죽산보 사이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영산포에는 숙소도 많아 홍어를 먹고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진영홍어!

내가 올 줄 알았나보군 ㅋ

하지만 이 집에서 먹지 않고 숙소 근처에 있는 홍어집을 찾았다.




홍어 小자 2만5000원(수입산 기준, 국산은 5만 원).

홍어정식을 먹고 싶었는데 1인분은 팔지 않는 터라 2인분(4만 원)을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은 홍어정식 2인분은 혼자 먹기에 너무 많은 데다 홍어 小자를 주문해도 정식과 메뉴가 큰 차이가 없다고 귀띔했다.


홍어애, 홍어삼합, 홍어껍질묵, 홍어전, 홍어무침, 홍어튀김.

홍어애는 얼린 것도 아니고 생이었다.




막걸리 또 추가!

배 터지게 먹고 숙소로 돌아온 뒤 바로 곯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