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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조용필과 김민기, 두 거장의 만남 뒷 이야기... 그리고 나의 추억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2. 19.




20년 전 쯤 강헌 음악평론가가 주선해 조용필과 김민기 두 거장이 만나 서로 술잔을 나누며 엄청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PC통신 음악 동호회를 통해 접한 일이 있다.


당시 조용필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선보인 록에 빠져 있던 나는 둘의 만남이 어땠을까 몹시 궁금하게 여겼다. 둘의 만남에 관한 뒷이야기를 3년 전 강헌 평론가가 팟캐스트에서 공개했었다는 사실을 나는 어제 처음 알게 됐다.


서로의 음악을 진심으로 인정했던 둘은 만나자마자 별 말도 없이 소주 20병을 비웠고, 2차로 옮긴 허름한 카페에서 조용필은 노래방 기계를 켠 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이야기... 이런 역사적인 장면을 직접 지켜본 강헌 평론가가 대단히 부러웠다.


두 거장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잘 알든 잘 모르든, 한 번쯤 들어볼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강헌 평론가의 경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또한 음악기자를 하면서 경험한 최고의 사건은 5년 전 조용필과 독대한 인터뷰였다. 인터뷰 막바지에 가왕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툭 던졌던 "내 음악 정말 많이 아네?"란 말은 내가 음악기자를 하면서 뮤지션으로부터 들은 최고의 찬사였다.


나는 가왕에게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몇 집이냐고 물었다.

가왕은 내게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은 없다며 에둘러 답을 피했다.

나는 그날 챙겨간 가왕의 정규 13집 LP 초판을 슬쩍 꺼내 보이며 "그래도 이 앨범이 마음에 드시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잠시 침묵했던 가왕은 "그 앨범을 만들 때 가장 흥분했었지"라고 말했다.

가왕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자신의 앨범은 13집이란 사실을 실토하게 만든 게 그날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날 나는 13집 LP 초판에 가왕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LP에 사인을 하는 그의 모습은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꽤 즐거워 보였다. 지금도 나는 가왕이 한참 어린 기자 녀석이 자신의 음악을 자세히 알고 있어서 즐거웠나보다라고 착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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