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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주/섬진강 자전거길 종주(2018)

(2018.09.24) 다가가긴 어렵지만 아름다운(임실 회문삼거리-곡성 금곡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9. 26.



이번 추석 연휴에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를 못하면 다시 시도하기 어려울 듯했다.

내년에 인사가 나면 서울로 올라갈 가능성이 큰데, 섬진강 자전거길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 꽤 어려운 코스다.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 자전거길 종주도 상류에서 하류로 해야 수월한 편이다.

섬진강 자전거길의 시작점은 전북 임실 강진면에 있는데, 이 곳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까지 온 다음에 강진면으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 과정만으로도 한나절 이상 걸린다.

준면 씨에게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더니, 준면 씨는 쿨하게 나를 섬진강 자전거길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물어야 한다.


대전에서 차례를 마친 뒤 오후 12시 30분께 임실로 출발했다.

귀성, 귀경 차량 때문에 고속도로가 막혔다.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국도로 빠져나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후 3시 30분쯤에 섬진강댐 인증센터가 있는 임실 회문삼거리에 도착했다.

해가 짧아져 오래 달릴 수 없지만, 그래도 도착한 게 어디냐.






일단 인증샷부터 한 장.





준면 씨와 투샷!





섬진강 자전거길 첫 번째 인증도장을 수첩에 찍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해가 기우는 게 느껴진다.

목적지까진 147km 남았다.

해가 기우는 시간을 보아하니 숙소를 찾아 달리는 게 우선이었다.

50여 km 떨어진 곳에 여관 하나가 있음을 파악했다.

야간 라이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태풍 때문에 벼가 쓰러진 논이 많이 보였다.

다 자란 벼였는데...





부지런히 코스모스에서 꿀을 따는 벌.





얼마 달리지 않아 김용택 시인의 집을 발견했다.






시인은 보이지 않았다.

마루에 커피믹스가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오가다 들르는 이들을 위한 배려로 보였다.





가을에는 쑥부쟁이!





아... 해가 내 생각보다 빨리 기울기 시작했다.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순창에 도착했다.





저분들 놀 줄 아시는구먼~

보아하니 바위 위에서 백숙을 뜯는 듯했다.









인증센터가 있는 장군목으로 향하는 구름다리.








장군목 인증센터에 도착해 수첩에 두 번째 인증도장을 찍었다.

해 떨어지는 속도를 보니 다음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해가 질 게 확실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급하게 페달을 밟던 나를 붙잡은 나도송이풀.






아... 해가 넘어간다... ㅠ





오후 8시 직전까지 환했던 여름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오후 6시를 넘기자 땅거미가 내려 앉는다.





나팔꽃은 진즉 졌는데, 애기나팔꽃은 아직도 꽃잎을 접지 않았다.

역시 어른보다 애들이 활발하다.





섬진강 자전거길과 영산강 자전거길을 잇는 유풍교에 도착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섬진강 자전거길, 오른쪽으로 가면 영산강 자전거길과 이어진다.

나는 작년 이맘 때 영산강 자전거길을 종주했다.

당시 하루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섬진강 자전거길도 함께 종주했을 것이다.

그때 섬진강 자전거길을 달리지 못해 내내 아쉬웠다.

이제라도 섬진강 자전거길을 찾아와 종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세 번째 인증센터가 있는 향가유원지 초입에 위치한 향가터널.

이 터널은 마치 한강자전거길 양평 구간의 중앙선 옛 철로와 터널을 활용한 코스를 연상케 했다.

향가터널은 일제강점기 일제가 순창과 남원, 담양 일대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로를 가설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하지만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철로를 미쳐 가설하지 못한채 터널로 남게됐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향가터널의 길이는 384m다.

한여름에 라이더들에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인증도장을 찍고 나니 밤이다.

여기서 숙소가 위치한 금곡교까지 가려면 15km 이상을 더 달려야 한다.

나는 가방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은 뒤 자전거에 헤드라이트를 설치했다.

이제부터 풍경따윈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인증센터를 지나면 일제가 터널을 뚫고 철교 가설을 위해 만들어놓은 교각이 남아있는데, 여기에 상판을 놓아 자전거길로 활용하고 있다.

인근 섬진강변에는 향가마을이 있다.





오로지 달리는 일 뿐이다.

낮에 아름다웠던 풍경은 밤엔 공포로 다가온다.

무슨 말인지는 직접 달려보면 안다.

정말 무섭다.





한참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저 멀리 알록달록한 조명이 보였다.

저건 100% 모텔 불빛이다 ㅠ

없던 힘이 솟았다.






금곡교 근처에 있던 모텔 '필모텔'.

시설이 깔끔하고 주인도 친절한 곳이었다.


이곳까지 달리는 동안 나는 단 한 곳의 가게도, 자전거 수리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모텔 주변에서 문을 연 식당이나 가게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모텔 주인에게 컵라면을 얻어 겨우 저녁을 때웠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달릴 때 물과 간식을 비롯해 수리 장비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늦게 도착한 데다 해가 빨리 떨어져 53.70km밖에 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