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품 활동을 눈여겨보는 작가 중 하나는 대산대학문학상 출신 작가다.
나는 대학 시절에 대산대학문학상에 숱하게 응모했었다.
당선과 동시에 유력 문예지에 작품이 소개되고 상금도 주고 등단도 인정해주니 문학청년으로선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였다.
단편소설로도,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시로도 응모했었지만, 결과는 늘 꽝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녀석이 당선되는지 질투 섞인 마음으로 당선자 명단만 뚫어지게 보곤 했는데, 당선작을 보면 정말 잘난 녀석들이었다.
특히 김애란, 윤고은, 정한아 등 초기 당선자들의 활약은 지금도 대단하다.
김애란 작가는 대산대학문학상 첫 회 소설 부문 수상자다.
대산대학문학상이 문학청년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김 작가 덕분이다.
김 작가는 나와 같은 세대다(물론 김 작가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누님이지만).
같은 세대인 김 작가가 나를 포함한 독자와 함께 나이 들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인터뷰 자리에서 나는 김 작가에게 그런 마음을 전했다.
내 압축 서술 능력이 모자라 기사엔 인터뷰 내용의 반의 반의 반도 싣지 못했다.
싣지 못한 이야기는 내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김 작가가 앞으로 더 많은 좋은 작품을 오랫동안 써줬으면 좋겠다.
문화일보 7월 17일 자 27면 톱에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 김애란,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출간 1부는 작가의 성장·가족 다뤄 부모 연애사 등 친근한 이야기 2부엔 동료문인의 작품밖 모습 수줍게 작가들 향한 애정 담아 3부에선 우리 사회로 시선확장 시의성 담아 독자와 거리 좁혀 함께 나이를 먹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믿을 만한 작가가 있다는 건 독자와 작가 모두 행복한 일이다. 실제로 직접 마주칠 일은 없어도, 혼자가 아니란 느낌은 지친 일상에 큰 위안이 돼 주니 말이다. 독자는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민 없이 책을 집어 들고, 작가는 좋은 작품으로 독자의 신뢰에 보답하는 선순환. 김애란 작가는 보기 드물게 이런 선순환의 가능성을 증명한 작가다. 김 작가가 최근 출간한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열림원)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 맞물린 선순환을 또다시 증명했다. 지난 11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김 작가는 “소설과 달리 나를 드러내야 하는 산문이 소설 쓰는 일보다 더 어려웠다”며 “소설 바깥의 이야기를 엮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내가 많아 쑥스럽고 반가웠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잊기 좋은 이름’은 김 작가가 등단 17년 만에 처음 내놓는 산문집이다. 그만한 경력을 가진 작가 대부분이 산문집 몇 권쯤은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김 작가는 “산문집을 내기에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고, 또 무언가를 진중하게 말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져 주저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책은 김 작가의 성장과 가족 이야기를 담은 1부 ‘나를 부른 이름’, 동료 문인과 주변인들을 다룬 2부 ‘너와 부른 이름들’, 그동안 읽은 책과 사회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3부 ‘우릴 부른 이름들’로 구성돼 있다. 김 작가는 특유의 따스하고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자기 주변을 거쳐 우리 사회로 시선을 확장한다. 김 작가는 “산문은 소설보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소설보다 큰 시의성을 가지고 있어서 당대와 더 직접적이고 뜨거운 언어로 만날 수 있다”고 산문의 장점을 설명했다. 산문집 속에서 김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공간으로 어머니가 20년 넘게 운영한 손칼국수집 ‘맛나당’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은 훗날 다양한 이야기의 밑천이 됐고, 노동을 긍지로 여긴 어머니의 모습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작가가 소상히 풀어내는 부모의 연애사는 즐거운 쉼터다. 특히 구멍가게에서 처음 만나 ‘뽕(화투)’을 치다가 눈이 맞았다는 사연 앞에선 웃음이 절로 나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친한 친구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해 재미가 쏠쏠하다. 김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이 같은 관심이 부모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며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 글을 쓰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환경과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김연수·편혜영·윤성희 등 동료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동료 작가에게 바치는 헌사도 담겨 있다. 김 작가가 바라본 작가들의 모습은 산문집에 실린 뒷모습만 담은 사진처럼 수줍으면서도 다정하다. 김 작가는 “시와 소설을 쓰는 일은 연극이나 영화와 달리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엄살을 부리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조용히 의지할 수 있다”고 동료 작가들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등단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겸손함’이라고 답했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내겐 1인칭 세계관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나 사건을 판단하는 속도가 느려졌다”며 “독자가 보내준 신뢰를 힘으로 가지고 있되, 독자란 불변하는 존재가 아님을 마음에 새기고 성실하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김 작가는 현재 새로운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김 작가는 “감각적인 문장만큼 구조나 인물의 층위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 등 내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며 “스스로 제한이나 규칙을 두지 말고 튼튼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 news119@,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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