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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지금까지 이보다 더 재미있는 공룡 만화는 없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9. 7. 12.

갈로아 작가의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는 디씨인사이드에서 연재 당시 꼭 챙겨봤던 정말 재미있는 학습만화다.
전작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도 즐겁게 본 터라, 단행본이 나오면 작가 인터뷰를 반드시 진행 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쉽지만 온라인으로만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아직까지 신문은 만화에 보수적인 터라 지면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면에 톱기사로 펼쳐도 충분한 가치를 가진 만화라고 봤는데 아쉽다.

이 만화 정말 강추한다.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학습만화를 본 일이 없다.



‘만화를 배우는 공룡의 생태’ 김도윤 작가 인터뷰

영화 ‘쥬라기 공원’부터 애니메이션 ‘공룡메카드’까지 우리 주변에서 공룡을 다룬 콘텐츠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공룡은 특히 아이들이 열광하는 캐릭터다. 한글 발음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가 생소한 공룡 이름을 줄줄 꿰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공룡을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유치한 캐릭터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어른들도 김도윤 작가의 ‘만화를 배우는 공룡의 생태’(한빛비즈)를 읽으면 자기도 모르는 새 아이들처럼 공룡에 빠져들게 될 테니 말이다.

김 작가는 “곤충학을 공부하면서 쌓은 지식을 만화로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전작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그렸는데, 그 만화에 종종 끼워 넣었던 공룡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좋아 따로 공룡만 다루는 만화를 그리게 됐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 만화의 재미는 곳곳에 담겨 있는 온갖 ‘드립(drip·농담)’에서 나온다.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의 목을 무는 소리를 묘사하며 ‘중생대 ASMR’이라고 표현하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초식공룡을 사냥하는 장면에서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패밀리’의 명대사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를 외치는 모습은 예사다. 외온성 파충류가 내온성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극 중 습격당해 성불구가 된 사회주의 연극인 심영의 에피소드를 패러디하고, 이구아노돈을 ‘경주 이씨 956528대손’이라고 일컫는 등 온갖 인터넷상의 유머 요소가 만화와 버무려져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김 작가는 “과학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콘텐츠이지만, 무엇보다 만화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부가 설명을 조금 빼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연출을 넣는 데 공을 들였다”고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만화를 단순한 개그 만화로 보면 곤란하다. 생물학을 전공한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공룡의 피부색, 성생활, 공룡이 거대해진 이유, 깃털을 가진 공룡, 공룡의 체온 등 흥미진진한 최신 공룡 연구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작가는 티라노사우루스 앞다리의 모습과 각도, 어린 트리케라톱스와 다 자란 트리케라톱스 뿔의 모습 등 간단한 한 컷을 고증하기 위해 공룡 관련 도서와 논문을 비롯해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각종 기사까지 독파했다. 또한 김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 도중 직접 이탈리아를 찾아가 베네치아와 밀라노의 자연사박물관, 볼로냐 동물학박물관, 피렌체 지질고생물학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아 치밀한 내용을 담아냈다.

김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 동안 관련 책과 논문을 많이 찾아 읽었고, 공룡 마니아와 공룡학자들을 만나 직접 취재도 했다”며 “박물관에서 책과 함께 사진을 찍은 미국인 독자를 비롯해 뜻밖에 외국 독자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줘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 만화를 향한 호평도 학자들에게서 나온다. 세계적인 공룡학자 토머스 홀츠는 이 만화에 대해 “공룡의 생태에 관한 완벽한 일러스트”라고 격찬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공룡에 관한 학습만화로 이보다 더 탁월한 책을 본 적이 없다”고,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만화는 가볍다는 선입견을 산산이 무너트린 훌륭한 과학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은 “우리만 읽기만 읽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며 “전 세계 공룡 팬들이 소장하고 암기하고 따라 그려야 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호평에 대해 김 작가는 “작화 측면에서 공룡을 과장 없이 실제 생물처럼 묘사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잘 전달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과학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려고 했는데,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준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공룡을 묻자 김 작가는 플라테오사우루스를 꼽았다. 김 작가는 “플라테오사우루스는 목이 긴 공룡과 육식 공룡을 합쳐놓은 듯 한 생김새를 가진 초창기의 공룡”이라며 “조상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원시적인 생물들을 좋아하는데, 공룡 중에서도 원시적인 원시용각류에 매력을 느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김 작가는 전작에서 다루지 못한 곤충과 공룡, 곤충과 공룡이 아니라서 다루지 못했던 생물들의 이야기를 합친 새로운 학습만화를 그려 출간할 계획이다. 304쪽, 1만78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