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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새 장편소설 계약서를 쓰며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12. 19.

 

써놓은 소설 원고를 들고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숱하게 거절당하다가, 겨우 출판사를 잡아 조용히 소설을 출간하는 일이 내게 익숙한 패턴이다.
듣보잡 소설가인 나는 늘 그래왔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먼저 청탁을 받으며 계약서를 쓰기는 처음이다.
다음 달에 새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를 출간할 북레시피와 한 권 더 작업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주제로 소설을 쓸 계획을 세웠는데, 그 소설을 북레시피에서 낼 생각이다.
계약서에 쓰인 제목은 계약서용 가제이며, 절대 저 제목으로 안 나온다 ㅎ

내게 다음 작품을 한 번 더 해보지 않겠느냐는 출판사의 태도가 처음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작가, 특히 소설을 쓰는 작가는 가능하면 큰 문학출판사를 통해서 자기 작품을 출간하려고 한다.
한국 출판시장에서 소설은 유난히 출판사 브랜드 빨을 많이 타는 편이니 말이다.
'다시, 밸런타인데이'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이 출판사가 얼마나 정성을 다해 책을 만드는지 경험했다.
오랜 세월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까인 원고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출판사가 고마웠다. 
나는 출판사 측에 "나 고마움 모르는 양아치 아니다. 다음 소설도 함께 할 테니 바로 계약서 쓰자"고 말했다.

지난주에 새로 출간한 장편소설 '젠가', 전작 '도화촌기행' '침묵주의보', 드라마 '허쉬'를 접한 독자라면 '다시, 밸런타인데이'에 아마 경악하지 않을까 싶다.
편집자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너무 오글거리고, 너무 클래식하고, 너무 순수해서, 흔치 않은 연애소설"일 테니 말이다.
표지만 봐도 깜짝 놀랄 거라고 자신한다.
그 소설을 보고 더 이상 나를 사회파 소설가라고 부르기 어려울 거다 ㅋㅋㅋ

자전거를 주제로 쓸 새 장편은 힘을 뺀 웃기는 소설이 될 전망이다.
생각해 둔 내용을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에게 설명하니 폭소를 터트렸다.
재미있는 소설이 될 거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소설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