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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스스로 어둠에 갇힌 사람들…정진영 소설가 "욕망에 언젠간 쓰러진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12. 20.

통신사 뉴스1과 진행한 새 장편소설 '젠가' 저자 인터뷰가 떴다.
기자가 내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게 눈에 보여서 즐거웠던 인터뷰였다.
'젠가'를 둘러싼 반응은 지금까지 내가 출간한 소설 중에서 가장 좋다.
기자뿐만 아니라 '젠가'를 읽은 지인들도 모두 소설이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기쁘다.
이 같은 관심이 판매고 증가로 이어져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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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어둠에 갇힌 사람들…정진영 소설가 "욕망에 언젠간 쓰러진다"

기사입력 2020.12.20. 오후 6:00 

 

[이기림의 북살롱] 소설 '젠가' 펴낸 정진영 소설가

신작 장편 '젠가'를 출간한 소설가 정진영 /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어둠. 누군가는 '밤'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악'을 떠올릴 것이다. 밤이든, 악이든, 어둠은 사람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을 생기게 한다. "절 어둠 속에 두지 마세요. 저는 어둠이 무서워요."(Don't put me in the dark. I's afraid of the dark.)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린 마일'에서 사형수 '존 커피'가 전기의자형을 당하기 전 꺼낸 이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어둠을 두려워하면서 스스로 어둠 속에 갇힌다. 그들은 그들이 사는 사회가 어둠 속이란 걸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정진영 작가의 신간소설 '젠가'(은행나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가상의 도시 '고진'에 있는 전선업체 '내일전선'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남성 중심, 학연·지연이 살아 숨 쉬는 조직인 이곳에서 권력을 쥔 구성원들은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서로 끌어주며 부조리를 자행한다. 그 부조리는 조직 외부에서도 언론유착 등의 형태로 벌어진다.

최근 <뉴스1> 본사에서 만난 정진영 작가는 '젠가'의 원제목이 '아비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등장인물 전부 다 나쁜 놈들인, 지옥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그러나 소설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악' 그 자체인 사람도 없고 '선' 그 자체인 사람도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둠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동시에 허구가 아니라고 했던가. '젠가'도 지난 2013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원전 비리 사건의 판결문을 토대로 쓰인 소설이다. 더불어 지난 11년간 기자로 활동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가상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실재하는 세상의 부조리이지만, 실제 사실은 아닌 이야기인 것이다.

소설가 정진영 ./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가 보여주고픈 부조리의 모습은 소설에서 어떤 사례로 드러날까. 한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생긴 역차별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등을 지방으로 내려보냈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 그곳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정 작가는 "지방에 내려간 공공기관을 그곳에 있는 국립대가 다 잡아버렸다"며 "지방에서는 문제가 기사로도 안 다뤄지다 보니 토호가 됐고, 결국 파벌이 형성되면서 역차별이 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젠가'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고진'도 서울과 같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이다. 현실에서 발생한 부조리가 고스란히 소설로 옮겨진 것. 특히 이 문제를 회사라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라는 건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소설을 읽고 "이 등장인물 우리 회사 사람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소설 곳곳에 숨어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회사 이름이 '미래' '내일' 등으로 지어져 있는데, 정 작가는 "구태의연한 사람이 항상 미래만 이야기한다"며 디테일한 요소에도 풍자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사소한 것을 무시하고 아래에 있는 것을 빼 위로 올리다보면, 언젠가는 쓰러진다"며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보드게임 '젠가'로 지어졌음을 말했다.

정 작가는 앞으로도 스스로 어둠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갈까. 그는 앞선 2018년에도 '젠가'와 같이 조직을 다룬 소설 '침묵주의보'를 펴낸 바 있다. 이는 현재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조직을 다룬 소설을 총 3부작으로 펴낼 예정이다. 1부 언론, 2부 전선업체를 다룬 '조직 트릴로지'의 마지막 배경은 '국회'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현실을 잘 반영하기 위해 보좌진, 그리고 실제 국회의원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선이 굵은 소설만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장 내년 1월에 나올 신간은 연애소설이며, 가족소설 또한 출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가 평소 즐기는 자전거를 다룬 소설도 쓸 계획이다. 정 작가는 "기자로 생활하면서 얻은 단독 정신이기도 한데, 굳이 남이 쓴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며 "이런 걸 떠나 결국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

 

기사 원문 링크 : www.news1.kr/articles/?4156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