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년 간의 기자 생활을 정리한 지 딱 1년째가 되는 날이다.
1년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퇴사하며 세웠던 목표는 장편소설 두 편을 완성하는 일이었는데, 다행히 그 목표는 이뤘다.
하지만 1년 전에 꿈꿨던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맘때 내가 어깨와 목에 깁스 좀 하고 다닐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드라마 <허쉬>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로 떠오르고, 그 덕에 원작인 <침묵주의보>도 왕창 팔리고, 새 장편소설 <젠가>도 그 덕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다시, 밸런타인데이>도 겸사겸사 잘 팔려 핫한 작가가 되는 화려한 꽃길을 걷는 게 아닌가 하면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노트북 앞에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작업하다 보니 어깨는 깁스를 한 듯 굳어버렸고, 목은 더욱 거북목이 됐다.
지갑이 넉넉해지는 일도 없었다.
다시 1년 전으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올해도 목표는 장편소설 두 편을 완성하는 일인데, 마음이 1년 전 같지는 않다.
각오한 일이기는 하지만, 생업을 접고 가성비 떨어지는 작업에 매달리는 게 옳은 일인지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잦아져서 말이다.
경력 단절이 길어지기 전에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한 마음도 들고.
곧 다섯 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인데, 앞으로 몇 편 정도 더 써서 출간하면 나름대로 존재감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발목을 다쳐 두 달째 거동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졌다.
1년 후에는 폼나게 어깨와 목에 깁스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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