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 전, 나는 책상에 쌓인 많은 앨범들을 내 차에 실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벌초. 나는 국도와 지방도를 따라 고향으로 향하며 짐처럼 쌓여있던 CD를 의무감 속에 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앨범이 귓가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생전 처음 접하는 뮤지션인데 이름은 나인이란다.
곡이 참 좋았다. 꽤 오랫동안 작곡을 해 본 야매 뮤지션이라 좋은 음악 정도를 구별할 귀는 있다. 정말 잘 만든 앨범이었다.
소년과 여성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목소리에 성별을 가늠 못 하다가 앨범 재킷 속 사진을 보고 여리여리한 남자로 확신했다.
나는 그저 대박 신인이라 생각하며 이 앨범은 데스크에서 막더라도 우겨서 기사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디계의 거물 디어클라우드의 보컬이었다. 그것도 여성 보컬이었다. 내 예상은 모두 틀렸다. 나는 무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음악이 너무 좋았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바로 인터뷰 섭외에 들어갔고 무사히 인터뷰를 마쳤다.
나인.. 무척 매력적인 뮤지션이었다.
나인의 ‘나인 바라보기’
다른 뮤지션과 공동작업
디어클라우드와 차별화
11월말엔 단독 공연도
계절의 경계는 모호하나 확실한 것이어서, 가을은 소리없이 어느새 일상의 한복판으로 들어와 있다. 가을을 여름과 구분짓는 것은 살갗에 감기는 바람이다. 바람은 계절의 문턱을 넘으며 무뎌진 햇살의 간지러움을 걷어감으로써 가을을 각인시킨다.
첫 솔로 앨범 ‘나인스토리(9Stories)’로 가을을 연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Nine9)은 “몸으로 느껴지는 바람과 햇살 속에서 멜로디가 돋아난다”며 “가을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 재킷을 감싸는 색조도 가을 햇살에 절여져 서걱거리는 낙엽을 닮아있다. 앨범에 담긴 멜로디는 더욱 가을빛이다.
▶내 이야기와 닮은 다른 이의 이야기=앨범의 이름 ‘나인스토리’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나인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약속해’ ‘가위손’ ‘그댈 향한 멜로디’ 등 9곡을 앨범으로 엮었다.
보너스 트랙 ‘끝의 시작’ ‘천천히’는 2010년 출간된 나인의 여행에세이 ‘허밍 앤 드로잉’ 북(Book) OST의 수록곡이다. 또한 이 앨범의 주제는 나인의 ‘나인 바라보기’다.
그간 디어클라우드의 일부로 활동해온 나인은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그룹의 이름처럼 젖어드는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로써 나인은 기존의 디어클라우드의 음악과 차별화하는 여성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감대 형성까지 이뤄냈다.
“혹자는 말하지 노래는 죽었다고 노래의 힘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멈추지 않는 노래들이 나를 자라나게 해. 지금 여기 서 있네 이렇게 살아 춤추는 나의 노래로”(나인 ‘노래들’ 중)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노래들’은 지금의 나인을 만들어준 사춘기 시절의 노래를 향한 찬가이자 나인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감동한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나인은 “그룹 활동 때보다 더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내 이야기를 가사로 썼는데 팬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속삭이듯 흘러나와 귓가를 파고드는 ‘날아와 머리 위로’(패닉 ‘UFO’ 중),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이상은 ‘비밀의 화원’ 중) 등 추억의 노랫말은 ‘노래들’의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소품이다. 볼 붉은 소년 같은 탈성적(脫性的)인 목소리에 실린 작정한 듯 밝은 업템포의 멜로디는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은 품고 있을 ‘나의 노래’ 위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디어클라우드와 닮은, 하지만 다른=나인은 솔로 앨범을 낸 이유를 ‘싱어송라이터 나인 보여주기’라고 정의했다.
나인은 “2008년 디어클라우드 2집 발매 당시부터 리더인 용린이 그룹의 프런트 우먼이라면 솔로 앨범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나 역시 싱어송라이터로서 온전히 나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앨범 크레디트에 적힌 편곡자ㆍ연주자에도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대신 새로운 이름이 많이 보인다.
나인은 “디어클라우드 바깥의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스트링 편곡과 녹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타이틀 곡 ‘노래들’을 비롯해 슬로 템포의 제목을 배반하는 몽환적인 곡 ‘축제’, 감각적인 멜로디에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그댈 향한 멜로디’,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가 애절하게 다가오는 발라드 ‘나쁜 자유’까지 스트링 편곡은 앨범 수록곡 장르를 막론하고 노래의 격을 일반적인 가요 이상으로 높여주고 있다.
나인은 “돈좀 썼다”는 말과 쑥스러운 웃음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자신을 인디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인은 “인디음악이 주류에 비해 장르면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자유로울 뿐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음악이 누구에게나 편안해지고 싶을 때 듣고 싶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인은 “앞으로 공연 위주로 앨범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11월 말 단독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많은 호응을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다른 뮤지션과 공동작업
디어클라우드와 차별화
11월말엔 단독 공연도
계절의 경계는 모호하나 확실한 것이어서, 가을은 소리없이 어느새 일상의 한복판으로 들어와 있다. 가을을 여름과 구분짓는 것은 살갗에 감기는 바람이다. 바람은 계절의 문턱을 넘으며 무뎌진 햇살의 간지러움을 걷어감으로써 가을을 각인시킨다.
첫 솔로 앨범 ‘나인스토리(9Stories)’로 가을을 연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Nine9)은 “몸으로 느껴지는 바람과 햇살 속에서 멜로디가 돋아난다”며 “가을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 재킷을 감싸는 색조도 가을 햇살에 절여져 서걱거리는 낙엽을 닮아있다. 앨범에 담긴 멜로디는 더욱 가을빛이다.
▶내 이야기와 닮은 다른 이의 이야기=앨범의 이름 ‘나인스토리’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나인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약속해’ ‘가위손’ ‘그댈 향한 멜로디’ 등 9곡을 앨범으로 엮었다.
보너스 트랙 ‘끝의 시작’ ‘천천히’는 2010년 출간된 나인의 여행에세이 ‘허밍 앤 드로잉’ 북(Book) OST의 수록곡이다. 또한 이 앨범의 주제는 나인의 ‘나인 바라보기’다.
그간 디어클라우드의 일부로 활동해온 나인은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그룹의 이름처럼 젖어드는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로써 나인은 기존의 디어클라우드의 음악과 차별화하는 여성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감대 형성까지 이뤄냈다.
데뷔 후 첫 솔로 앨범‘ 나인스토리((Stories)’를 발표한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Nine9). [사진제공=엠와이뮤직] |
“혹자는 말하지 노래는 죽었다고 노래의 힘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멈추지 않는 노래들이 나를 자라나게 해. 지금 여기 서 있네 이렇게 살아 춤추는 나의 노래로”(나인 ‘노래들’ 중)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노래들’은 지금의 나인을 만들어준 사춘기 시절의 노래를 향한 찬가이자 나인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감동한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나인은 “그룹 활동 때보다 더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내 이야기를 가사로 썼는데 팬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속삭이듯 흘러나와 귓가를 파고드는 ‘날아와 머리 위로’(패닉 ‘UFO’ 중),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이상은 ‘비밀의 화원’ 중) 등 추억의 노랫말은 ‘노래들’의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소품이다. 볼 붉은 소년 같은 탈성적(脫性的)인 목소리에 실린 작정한 듯 밝은 업템포의 멜로디는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은 품고 있을 ‘나의 노래’ 위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디어클라우드와 닮은, 하지만 다른=나인은 솔로 앨범을 낸 이유를 ‘싱어송라이터 나인 보여주기’라고 정의했다.
나인은 “2008년 디어클라우드 2집 발매 당시부터 리더인 용린이 그룹의 프런트 우먼이라면 솔로 앨범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나 역시 싱어송라이터로서 온전히 나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앨범 크레디트에 적힌 편곡자ㆍ연주자에도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대신 새로운 이름이 많이 보인다.
나인은 “디어클라우드 바깥의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스트링 편곡과 녹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타이틀 곡 ‘노래들’을 비롯해 슬로 템포의 제목을 배반하는 몽환적인 곡 ‘축제’, 감각적인 멜로디에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그댈 향한 멜로디’,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가 애절하게 다가오는 발라드 ‘나쁜 자유’까지 스트링 편곡은 앨범 수록곡 장르를 막론하고 노래의 격을 일반적인 가요 이상으로 높여주고 있다.
나인은 “돈좀 썼다”는 말과 쑥스러운 웃음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자신을 인디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인은 “인디음악이 주류에 비해 장르면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자유로울 뿐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음악이 누구에게나 편안해지고 싶을 때 듣고 싶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인은 “앞으로 공연 위주로 앨범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11월 말 단독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많은 호응을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 곡의 음원을 따로 구입했는데 게시물엔 첨부가 안 된다.
하지만 워낙 좋은 곡이라 유튜브에서 가져다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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