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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호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공존…그 매력에 빠질 준비됐습니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2. 23.

드디어 만났다. 18년 만이다.

내가 김경호란 이름을 접한 곳은 1995년 하이텔 메탈동호회 게시판이었다.

몇몇 사람의 입소문 속에서 김경호는 어마어마한 보컬이었다.

MP3도 없던 시절, 나는 김경호의 1994년 데뷔 앨범을 찾기 위해 대전의 거의 모든 레코드샵을 샅샅이 뒤졌다.

아직도 나는 첫 트랙 '마지막 기도'에서 보여준 김경호의 보컬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1997년 초반 김경호가 2집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메탈동 게시판을 통해 퍼져나갔다.

나는 당시 2집이 발매되기 전 데모로 제작된 수록곡 2곡을 먼저 들을 수 있었다. 타이틀곡 선정자 자격으로 말이다.

당시 데모 테이프에 실려 있던 곡은 '엘리제를 위하여', '독백' 2곡이었다. 나도 나름 김경호 2집 제작에 쥐꼬리만큼 관여한 사람이다. 

후에 이 2곡은 각각 '슬픈 영혼의 아리아'와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로 제목이 바뀌었다. 오래전 추억이다.

이후 김경호의 앨범은 나오는 족족 구해다 들었다.

 

그를 문화부 가요 담당 기자 자격으로 인터뷰하는 날이 왔다. 18년 만에...

원래 인터뷰를 잘 안하는 편이라 들었기 때문에 날 잡았다는 기분으로 사실상 취재를 가장한 단독 팬미팅 자리를 만들었다.

오래 전 추억을 비롯해 서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마지막엔 내 소설책과 그의 앨범을 서로 사인해 교환했다. 이런 날이 오다니.. 하하!!

 

김경호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공존…그 매력에 빠질 준비됐습니까?”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강렬한 고음은 동경의 대상이다. 노래의 절정에서 폭발하는 고음은 청자를 본능적으로 흥분시킨다. 이는 성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목소리에 대한 경이로움과 외경심이 뒤섞인 흥분이다. 김경호(42)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수많은 록커들 중 단연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90년대 중반 이전까지 록 보컬의 주류를 차지했던 비음(鼻音) 섞인 다소 답답한 고음은 고음역대에서도 두터움을 잃지 않는 김경호의 등장 이후 선망의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후 김경호는 록 보컬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그 지위는 확고하다. 데뷔 20주년 앞둔 김경호가 정규 10집 ‘공존(共存)-파트1 선셋(Sunset)’으로 돌아왔다. 2009년에 발표한 9.5집 ‘얼라이브(Alive)’ 이후 4년 만의 새 앨범이다.

앨범엔 타이틀곡 ‘사랑이 들린다면’을 비롯해 6곡이 담겨있다. 김경호는 이번 앨범을 발라드를 중심으로 꾸몄다. 그는 “지난해 가을에 12곡 가량을 담은 정규 앨범을 발표하려 했는데 욕심이 많아져 작업이 늦어졌다”며 “새 앨범을 하루 빨리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절에 어울리는 발라드만 따로 모아 먼저 앨범을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4년 만에 새 앨범 정규 10집 ‘공존(共存)-파트1 선셋(Sunset)’을 발표한 가수 김경호.        [사진제공=이황프로덕션]


김경호가 새 앨범을 ‘변화’라고 정의했다. 뚜렷한 기승전결을 가진 ‘김경호표’ 록발라드 대신, 첫 트랙부터 세련된 편곡에 실린 부드러운 선율이 흘러나와 잠시 앨범의 주인공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김경호의 절제된 목소리다. 또한 각 트랙마다 완급을 조절하며 다채로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김경호는 “그동안 너무 김경호스러운 전형적인 노래만 불러온 것 같아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한 번도 함께 작업하지 않았던 작곡가들에게 곡을 맡겼고, 그 곡에 목소리를 맞췄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이 들린다면’은 신인 작곡가 김동현의 입봉작이다. 또한 ‘너를 기다려’와 ‘노을’은 록밴드 넥스트(N.EX.T)의 키보디스트 출신인 김동혁의 작품이다.

그러나 김경호는 변화에만 천착하진 않았다. 자작곡인 5번째 트랙 ‘달의 눈물’와 6번 트랙 ‘겟 온 유어 피트(Get on your feet)’는 기존에 김경호가 선보인 음악의 연장선상에 놓인 반가운 곡이다. 김경호는 “앨범 후반부의 곡들은 오는 여름에 발표될 예정인 10집의 나머지 부분인 ‘파트2 선라이즈(Sunrise)’를 암시한다”며 “‘파트2 선라이즈’는 ‘파트1 선셋’과 달리 강렬한 록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그것이 앨범 타이틀이 ‘공존’인 이유”라고 밝혔다.

김경호는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그간의 공백을 접고 부진을 씻었다.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국민언니’란 별명과 함께 친근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듬해엔 KBS 2TV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2’의 코치진으로 합류해 대중에 다시금 록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1994년 1집 ‘마지막 기도’로 데뷔한 김경호는 1997년 2집 수록곡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로 스타덤에 오른 뒤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 ‘비정’, ‘와인’ 등 히트곡을 쏟아냈다. 그러나 2001년 6집 ‘더 라이프(The Life)’ 이후 김경호에게 온갖 악재가 일시불로 들이닥쳤다. 6집은 3집 ‘00:00:1998’과 더불어 김경호의 음악적 수작으로 꼽히지만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제대로 홍보조차 되지 못한 채 사장됐다. 2003년 7집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로 활동할 당시엔 무리한 활동으로 성대에 물혹이 잡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급기야 2006년 8집 ‘언리미티드(Unlimited)’를 발표한 뒤엔 ‘무혈성 골두괴사’란 희귀병에 걸려 골반과 대퇴부를 잊는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김경호는 끝났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퍼졌다.

 

김경호는 “‘나는 가수다’는 내게 가수로서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준 귀중한 프로그램이었다”며 “어려울 때 늘 함께 있었던 밴드 멤버들과 함께 경제적 걱정 없이 활발히 공연을 펼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지난 2년간 무려 66회의 공연을 펼치며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는 그는 “돌이켜 보면 투병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몸과 마음도 가다듬을 수 있었다”며 “데뷔 20주년을 초라하지 않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웃어보였다.

김경호는 오는 4월 27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그는 “오랜 만에 새 앨범을 낸 만큼 많은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싶다”며 “후회 없을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팬들의 반응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김경호는 지난해 열애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결혼 소식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올해 안엔 반드시 알리도록 하겠다”며 “팬클럽에 가장 먼저 결혼 소식을 발표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