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신문지면이 아닌 인터넷 전용 기획으로 '취재X파일'을 신설했다.
문장도 신문의 문장처럼 딱딱하지 않은 경어체로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문득 아이템을 몇 개 만지작 거리다가 걸그룹 노출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굳이 기사로 걸그룹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저들이 5년 10년 뒤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걱정되고 또 안타까울 뿐이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올 6월엔 ‘가요대란’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가수들이 컴백하거나 신인들이 데뷔해 팬들의 즐거운 비명이 넘쳐났습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ㆍ씨스타ㆍ레인보우ㆍ달샤벳, 보이그룹 엑소ㆍ엠블랙ㆍ방탄소년단ㆍ소년공화국, 여성 솔로 가수 아이비ㆍ김예림ㆍ백아연, 남성 솔로 가수 이승철 등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합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수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며 가요계에 춘추전국시대를 열어 젖혔습니다. 여기에 로이킴과 YB도 이 달 말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메뚜기처럼 서울 곳곳을 뛰어다니며 쇼케이스를 챙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덕분에 기자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 비명을 지릅니다. “으악! 언제 다 챙겨!”
기자도 남자이다 보니 걸그룹의 쇼케이스를 가장 기대합니다. 현실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미녀 군단을 짧은 시간이나마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요 담당 기자로서 누리는 몇 안 되는 행운입니다. 전날 과음과 부족한 수면으로 멍해진 눈도 이들의 무대 앞에선 심봉사가 개안하듯 번쩍 뜨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걸그룹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일종의 풍경 같은 겁니다. 흑심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걸그룹들의 쇼케이스는 기자를 종종 혼란에 빠져들게 합니다. “새 앨범 쇼케이스인데 왜 음악 이야기를 안 하지?”
지난 13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애프터스쿨의 6번째 맥시 싱글 ‘첫사랑’ 쇼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이날 무대엔 3개의 봉이 마련됐고 멤버들은 곡예사처럼 봉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멤버들의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가죽팬츠는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멤버들은 마치 격렬한 운동이라도 하듯 무대 내내 봉을 오르내렸습니다. 한눈에도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폴 댄스(Pole Dance)’ 혹은 ‘폴 아트(Pole Art)’라고 불렀습니다. ‘봉춤’을 영역(英譯)한 것에 불과한데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들립니다. 멤버들은 6개월 동안 합숙하며 ‘폴 댄스’를 연마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멤버들은 잃어버린 각선미까지 찾았다며 팬들에게 ‘폴 댄스’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멤버들의 요염한 모습에 정신이 팔려있던 기자는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 공개한 신곡의 제목이 뭐였지?”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달샤벳의 새 미니앨범 ‘비 앰비셔스(Be Ambitious)’ 쇼케이스가 열렸습니다. 소속사 측에서 나눠준 앨범 재킷과 속지엔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스윔수트’ 차림의 멤버들의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스윔수트’…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앨범의 타이틀곡은 ‘내 다리를 봐’ 입니다. 멤버들이 흰색 치마를 펼치자 핫팬츠와 함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납니다.
멤버들의 발목과 허벅지엔 타투(문신)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기자의 눈은 곡 제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뽀뽀도 안 해. 넌 언제 진도 나갈 거니? 너 남자 맞니?”라며 멤버들이 가사로 도발할 땐 기자는 많이 쑥스러웠습니다. 선정성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멤버들은 “다리 말고 다른 면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자는 억울했습니다. “다리를 보라며? 짧은 치마 입었으니 관심 있게 보라며?”
전국 소매 판매상과 온라인 쇼핑몰의 음반 판매량을 표본 조사하는 한터차트에 따르면 올 한해(1월 1일~6월 18일 기준)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조용필 19집 ‘헬로(Hello)’ 입니다. 조용필 19집은 15만 4001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오빠’를 향한 여성팬들의 마음은 수십 년이 지나도 이토록 간절합니다. 2위는 보이그룹 샤이니의 정규 3집 챕터1 ‘드림걸-더 미스콘셉션스 오브 유’로 15만 814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4위는 보이그룹 엑소의 정규 1집 ‘XOXO’로 11만 6900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5위 역시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미니앨범 ‘뉴 챌린지’로 10만 9922장을 팔았습니다. 5위권 안에 든 걸그룹은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로 12만 5944장의 판매고를 올린 소녀시대뿐입니다. 걸그룹들의 잇단 선정성 논란은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부작용입니다.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 것을 잘 알기에 걸그룹들을 기사로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걸그룹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과연 저 매력적인 멤버들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가요계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지금의 매력과 인기를 잃게 되면 저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지난달 15일 ‘가왕’ 조용필은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아닌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에 집중해야 한다”며 “퍼포먼스가 음악의 50% 이상을 넘는다면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후배 가수들에게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 같은 일침은 결국 가수는 음악에 집중해야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웅변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매력적인 퍼포먼스도 좋지만 앞으로 걸그룹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음악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123@heraldcorp.com
기자도 남자이다 보니 걸그룹의 쇼케이스를 가장 기대합니다. 현실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미녀 군단을 짧은 시간이나마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요 담당 기자로서 누리는 몇 안 되는 행운입니다. 전날 과음과 부족한 수면으로 멍해진 눈도 이들의 무대 앞에선 심봉사가 개안하듯 번쩍 뜨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걸그룹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일종의 풍경 같은 겁니다. 흑심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걸그룹들의 쇼케이스는 기자를 종종 혼란에 빠져들게 합니다. “새 앨범 쇼케이스인데 왜 음악 이야기를 안 하지?”
지난 13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애프터스쿨의 6번째 맥시 싱글 ‘첫사랑’ 쇼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이날 무대엔 3개의 봉이 마련됐고 멤버들은 곡예사처럼 봉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멤버들의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가죽팬츠는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멤버들은 마치 격렬한 운동이라도 하듯 무대 내내 봉을 오르내렸습니다. 한눈에도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폴 댄스(Pole Dance)’ 혹은 ‘폴 아트(Pole Art)’라고 불렀습니다. ‘봉춤’을 영역(英譯)한 것에 불과한데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들립니다. 멤버들은 6개월 동안 합숙하며 ‘폴 댄스’를 연마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멤버들은 잃어버린 각선미까지 찾았다며 팬들에게 ‘폴 댄스’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멤버들의 요염한 모습에 정신이 팔려있던 기자는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 공개한 신곡의 제목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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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달샤벳이 새 미니앨범 ‘비 앰비셔스(Be Ambitious)’ 쇼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달샤벳의 새 미니앨범 ‘비 앰비셔스(Be Ambitious)’ 쇼케이스가 열렸습니다. 소속사 측에서 나눠준 앨범 재킷과 속지엔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스윔수트’ 차림의 멤버들의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스윔수트’…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앨범의 타이틀곡은 ‘내 다리를 봐’ 입니다. 멤버들이 흰색 치마를 펼치자 핫팬츠와 함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납니다.
멤버들의 발목과 허벅지엔 타투(문신)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기자의 눈은 곡 제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뽀뽀도 안 해. 넌 언제 진도 나갈 거니? 너 남자 맞니?”라며 멤버들이 가사로 도발할 땐 기자는 많이 쑥스러웠습니다. 선정성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멤버들은 “다리 말고 다른 면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자는 억울했습니다. “다리를 보라며? 짧은 치마 입었으니 관심 있게 보라며?”
이 같은 선정성 논란을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 말하긴 어렵습니다. 걸그룹의 영향력은 이른바 삼촌팬과 오빠팬들로부터 나옵니다. 흔히 남자는 무게감과 진득한 맛을 가지고 있어야 납자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걸그룹의 남성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삼촌팬과 오빠팬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간도 쓸개도 빼 줄 것처럼 걸그룹에 열광하다가도 더욱 매력적인 걸그룹이 등장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아타는 ‘나쁜 남자’ 입니다. 그래서 걸그룹의 팬덤은 많이 허약한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이모팬과 누나팬들의 보이그룹을 향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득하고 무게감 있습니다. 이는 앨범 판매량이 증명합니다. 음반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앨범을 구매하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팬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전국 소매 판매상과 온라인 쇼핑몰의 음반 판매량을 표본 조사하는 한터차트에 따르면 올 한해(1월 1일~6월 18일 기준)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조용필 19집 ‘헬로(Hello)’ 입니다. 조용필 19집은 15만 4001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오빠’를 향한 여성팬들의 마음은 수십 년이 지나도 이토록 간절합니다. 2위는 보이그룹 샤이니의 정규 3집 챕터1 ‘드림걸-더 미스콘셉션스 오브 유’로 15만 814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4위는 보이그룹 엑소의 정규 1집 ‘XOXO’로 11만 6900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5위 역시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미니앨범 ‘뉴 챌린지’로 10만 9922장을 팔았습니다. 5위권 안에 든 걸그룹은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로 12만 5944장의 판매고를 올린 소녀시대뿐입니다. 걸그룹들의 잇단 선정성 논란은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부작용입니다.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 것을 잘 알기에 걸그룹들을 기사로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걸그룹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과연 저 매력적인 멤버들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가요계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지금의 매력과 인기를 잃게 되면 저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지난달 15일 ‘가왕’ 조용필은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아닌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에 집중해야 한다”며 “퍼포먼스가 음악의 50% 이상을 넘는다면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후배 가수들에게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 같은 일침은 결국 가수는 음악에 집중해야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웅변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매력적인 퍼포먼스도 좋지만 앞으로 걸그룹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음악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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